중등교사 10명 중 9명가량이 현재 교수학습ㆍ평가계획서 구성과 분량이 과도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사 75%는 관련 민원 발생 시 교육당국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하는 등 공교육 평가 체제가 교육적 성취보다 행정적 형식과 민원 대응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중등교사노조)은 이 같은 내용의 `중등 평가 정책에 대한 교사 인식 조사` 결과를 지난 7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중등교사 2천26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6일부터 13일까지 진행했다.
교사 93%는 현재 교수학습ㆍ평가계획서 구성과 분량이 과도하다고 답했다. 또 수업과 생활지도 등 본질 업무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컸다. 평가 관련 민원 발생 시 교육당국의 지원 체계가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고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된다는 응답이 75%에 달했다.
또한 71%의 교사는 사교육 업체가 학교 평가 문항을 무단 게시하거나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평가 문항 저작권 보호와 교사 보호 제도 역시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활용 수행평가 지침에 대해 73%가 `실행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며 93%의 교사는 현재 지침이 학교의 실제 학습 과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등 명확한 기준 없이 교사의 평가권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주관식 응답에서도 "평가를 교육적으로 설계하기 보다 민원을 피하기 위해 설계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공교육 평가의 위기를 드러낸다. AI 시대 학교 교육이 가장 집중해야 할 역량으로 교사들은 `사유와 질문의 힘`, `비판적 문해력`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교사들은 기술 활용 능력보다 사고력과 문해력 중심 교육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암기식 수행평가 규제 정책에 대해서는 36%가 기초 지식 약화로 인한 학력 저하를 우려했고, 34%는 명확한 기준 없이 교사의 평가권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정책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1%에 불과했다.
교사들은 수행평가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교육부와 교육청의 과도한 지침들로 인해 평가가 늘어나면서 학생 부담을 오히려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을 통해 정책 문서 속 평가와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평가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확인했다.
학생들은 과도한 평가와 경쟁 중심 평가, 교육과정과 어긋난 대입 제도 속에서 이중, 삼중의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