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일주일여 앞두고 지역 민간 단체들의 이웃돕기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지역사회를 화합·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촉매제들이기 때문에 이런 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하지만 지원 물품을 앞에 수북이 쌓아두고 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어쩐지 낯선 건 무엇 때문일까.
이런 행사의 일부가 지나치게 외형적인 면에 치우치고 있다. 생색내기, 얼굴 알리기 심지어 세제(稅制) 혜택을 노리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 기가 찬다.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일부 단체들은 행사를 마친 뒤 즐기는 유흥에 더 초점을 맞추다 주위의 빈축을 사는 일도 있다. 불우한 이웃들을 위한다며 생색용 잔치상만 벌여 놓은 뒤 정작 자신들이 스스로 즐기는 꼴이다, 이제 이런 구태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드러난 곳에만 기부행위가 집중되는 것도 문제다. 일부 복지시설에만 기부금품이 몰리고 알려지지 않은 개인이나 단체에는 혜택이 거의 전무(全無)한 상태다. 기부자들은 자선·기부금품이 불우 이웃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걸로 알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또 자선 행위자와 전달자가 서로 달라 그 과정에 비리가 생기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명절 대목 이웃돕기 행사도 이제 그 시기와 개념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여러 이유야 있겠지만 꼭 명절을 앞두고 복지시설을 찾아야 하나. A 단체가 설 명절에 자선행사를 실시하면 B 시민단체는 추석에 실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건 어떤가. 굳이 모두 설명절에만 몰려 이웃돕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또 이런 시혜(施惠)성 행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독거노인들은 자선·기부금품을 한 아름 안겨주는 것보다 “누군가 매일 같이 찾아오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노인들에게는 명절에만 몰려오는 사람들보다 평소 외롭고 아플 때 찾아주는 사람들이 더 소중하다. 특정한 시기에 몰려와 물품만 잔뜩 전달하면 이웃돕기를 다 한 것으로 착각하는 풍조부터 개선해야 한다.
자선·기부 행사 주최자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쪽이 마치 시혜(施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잘못된 일이다. 어떤 단체는 굳이 언론기관에 물품을 전달하려고 한다. 이유는 뻔하다. 자신들의 행위가 외부에 알려지기 바라서일 것이다. 이쯤에서 명절 기부행사에 대한 생각을 새로이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미는 점점 더 퇴색될 게 틀림없다, 이참에 명절 이웃돕기 행사의 진정성과 효율성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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