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1월 경기도 오이도역에서 설을 맞아 가족을 만나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던 장애인 부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장애인들은 이동권 보장을 위한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장애인 이동권을 알리고 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2003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장애인 이동권`이 정식 어휘로 등록됐고, 2006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시행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대두된 지 23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장애인들은 이동권 보장을 외치고 있다.
변화는 있었다. 여객시설, 공공시설 등에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이 의무화됐고, 노선버스 대ㆍ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신규 보행환경 관련 국가계획 수립 등 관련 제도가 개선됐다. 장애인콜택시, 바우처 택시, 임차 택시 등과 같은 대체교통수단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가 충족되었냐고 질문한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관련 정책들의 실제 혜택이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BF 인증 제도는 의무 대상 건축물이 제한적이다 보니 아직까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건물이 훨씬 많다. 최우수 등급 건물도 이용에 불편함이 있고, 인증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등 BF 인증 제도 자체의 개선 목소리도 높다.
또 전국 저상버스는 2022년 기준 3만4천860대 중 1만1천838대로 34%에 그치고 있다. 장애인은 버스 3대 중 1대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시간이 낭비될 수밖에 없다. 지역별 도입률 격차도 심해 10%대에 그치는 인천, 울산, 충남, 경북 등은 사실상 장애인의 버스 이용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 외에도 장애인콜택시는 차량과 운전자의 부족으로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바우처택시와 임차택시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의 이용이 쉽지 않다.
필자는 올해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된 `동구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동구 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촉진 및 이용 활성화 조례안`을 대표발의 했다. 세심함이 부족해 지역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느껴왔던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휠체어 활동공간 1개와 주차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비장애인이 보기에는 충분히 넓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장애인들이 원활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양옆으로 2개의 활동공간이 필요하다.
여러 개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이어진 경우에는 마지막 구역이 주차장 벽이나 구조물에 1개의 활동공간이 막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구역에 휠체어 활동공간을 1개만 더 설치하면 된다. 다른 구역은 바로 옆 구역의 휠체어 활동공간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구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폭을 기존 3.3m 이상에서 4.9m 이상으로 늘려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동구 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촉진 및 이용 활성화 조례안`에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충전기와 휠체어 사이 공간이 최대 30cm를 넘지 않도록 설치한다` 조항을 넣었다. 현재 많은 전기차 충전기는 높이가 너무 높거나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용 말뚝)이 설치돼 있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워서다.
또 조례를 바탕으로 `교통약자 배려형 전기자동차 충전시설 설치`를 동구청에 제안한다. 이 충전시설은 조작부를 1.2m 이하로 하고, 충전케이블을 경량화한 것으로 누구나 안전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수많은 법률과 정책이 생겼음에도 여전히 장애인들이 여전히 불편을 호소는 현실을 되돌아봐야 한다.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고 세세하게 파악하고, 실제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채워나가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들이 온전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날을 앞당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