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였을까
갓 꺾인 꽃무리로 나에게 안긴
한 아름의 꽃
아침을 여는 새들과 저녁 바람이 깃든
봄의 사절단이었지만
지금은 사막처럼 갈라진 마른 꽃
나도 한때는 바구니 하나에
세상 봄 다 담긴
그런 봄을
코웃음 치며 받았었지
누구나 지나가는 봄을
붉은 가시 벽과 도도한 줄기를 키워가며
바구니에 담았던 그런 봄
화등잔 눈빛으로 받은 한 바구니의
옛 봄
꺾어진 봄에서도
다시 꽃피고 또 시들어간다
어떤 마음으로 봄을 대신할지
이제 남은 봄은 몇 개나 될지
꽃바구니와 봄은 비례할까
버려진 꽃바구니들은
다시 여름의 의미로 시든다.
<시작노트>
꽃이 피고 있다
바람도 없고
비도 내리지 않는 청아한 날씨
여린 햇빛이 갓 스물을 맞은 뺨에 앉는다
봉우리에서 피어나는 색은 깨끗하고 선명하다
윤슬이 반짝이는 강가에서 한 아름의 안개꽃을 받는
꿈을 꾼 적이 있었는지, 가물거리는 오후
꽃이 피고, 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을
김화연
2015년 계간지<시현실>로 등단
시집: 내일도 나하고 놀래, 소낙비, 단추들의 체온
2023년 최충 문학상 수상
현재: 단국대 평생교육원 시창작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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