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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회> 응봉산의 상처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2/07/05 [18:27]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응봉산 덕구온천 등산로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폭염경보가 발효된 한낮의 햇살이 무척 따가웠습니다. 별로 넓지 않은 주차장에는 10대 정도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이어서 경기도 관광버스가 2대가 도착했습니다. 무릎 보호대를 하고 등산화를 신고 등산로 입구로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응봉산이 산불 여파로 6월 30일까지 출입 금지상태였는데 <7월 1일부터 등산로 출입 금지> 현수막이 새롭게 등산로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태백산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한참을 가다 갑자기 생각나서 블*야* 공지사항을 확인해보니 산행 가능하다고 공지되어 있기에, 다시 급히 응봉산으로 차를 돌려 산행 시작했습니다.

 

 폭염경보가 발효된 무더운 날씨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등산복을 갖추고 산을 오르니 땀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정말 힘든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금강송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숯덩이 금강송을 보며, 응봉산의 상처가 고스란히 전해왔습니다. 

 

 온전한 금강송을 한 그루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몸통이 온전해서 반가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보니 가지에 불탄 흔적이 있었습니다. 숯덩이 금강송 모습도 마음 아픈데, 나무 아래 풀 한 포기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울진군에서 고생한 덕분에 산과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산불을 끄고 이렇게까지 정비하느라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을지, 숙연해졌습니다.

 

 정상에 가니 산수국 한 그루가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응봉산에서 유일하게 본 꽃이었습니다.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한참 동안 쪼그리고 앉아서 눈인사를 나눴습니다. 원래 계획은 정상에서 덕구계곡 방향으로 환 종주하며 원탕 온천수에 족욕 할 기대에 부풀었는데 덕구계곡 방향이 출입 금지상태라 정상에서 원점 회귀했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자 남자분 한 분이 승용차를 주차 시키고 서성거리다 반갑게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응봉산 산행이 가능하냐고 다급하게 질문을 했습니다. 산행 가능하다고 대답하니 방금까지 근심 가득했던 표정이 환해지며, 내일 99번째 응봉산 인증하고 나서 100번째 계방산 완등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응봉산 산불 상황을 뉴스로만 접하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를 오늘 산행하며 직접 겪으니 응봉산의 상처가 더욱 깊숙하게 피부에 와닿았습니다. 누군가의 한순간 실수로 오랜 세월 자라온 나무와 숲이 잿더미가 된 현장은 정말 충격 자체였습니다.

 

 앞으론 제발 응봉산을 비롯하여 어느 산에서도 산불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토요일에 태백시로 가서 하룻밤 자고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유일사 주차장에 도착한 후 태백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200대 주차 가능할 정도로 넓은 주차장엔 이른 시간 때문인지 10여대만 주차된 채 조용했습니다.

 

 등산로 정비 공사 중인데 오늘은 휴일이라 포크레인이 등산로 한가운데에서 졸고 있었습니다. 장군봉 가까이 도착하니 유난히 파란 하늘에 여러가지 모양의 흰 구름이 환영 퍼레이드를 해줬습니다. 반가움에 수십 장 사진을 찍고 천제단으로 향했습니다. 천제단 규모와 분위기에 압도되었습니다.

 

 등산로 입구에는 초록색의 배추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배추, 나무, 야생화는 물론 이름 없는 풀까지도 초록의 싱싱함에 감사함이 몰려왔습니다. 오늘 2산 산행으로 발걸음이 바빠 아쉬움 속에, 산딸기를 눈에만 담고 청량산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청량산은 퇴계뿐만 아니라 원효, 의상, 김생, 최치원 등의 명사가 찾아와 수도했던 산입니다.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낙동강 상류가 서쪽 절벽을 휘감아 흐르고 있습니다. 폭염 속에서 오후 1시 30분부터 두들마을 입구 등산로를 들머리로 산행 시작해서 청량산 정상인 장인봉 인증 후 하늘다리, 청량사로 환 종주했습니다. 힘들게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니, 하산하시는 어르신들께서 걱정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면서 많이 민망했습니다. 

 

 하늘다리는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해서 높이가 해발 800m입니다. 주위 조망도 뛰어나고 스릴있는 하늘다리를 건너며 아래를 한 번 본 순간 가슴이 철렁해서 다음부턴 앞만 보고 건넜습니다. 청량사 절은 잘 다듬어진 조경과 주위 경관이 특별히 뛰어나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힐링되었습니다. 응봉산의 상처가 마음 한 켠에 자리잡아 더욱 태백산, 청량산의 푸르름이 감사함으로 크게 다가왔습니다. 

 

 요즘 산행하면서 깨닫는 점이 많습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우리 금수강산을 더욱 잘 가꾸고 지켜서, 귀한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줘야겠다는 사명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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