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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에세이> 4월 단상(斷想)
 
문우회 울산시회장 안효식   기사입력  2021/04/14 [17:10]

 

▲ 문우회 울산시회장 안효식     © 울산광역매일

 물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을 틔우는 잎새 달 4월은 그레고리력의 1년에서 4번째 달로, 달력을 확인해보면 4월과 7월은 항상 같은 요일로 시작하며, 윤년의 경우에는 그해 1월과도 같은 요일로 시작하는 달이다.

 

 겨우내 얼어붙은 날씨가 풀리고 만물이 소생하는 따뜻한 봄의 계절이 된다. 

 

 봄은 젊음을 의미하고, 밝고 희망찬 이미지를 줄뿐더러 복사꽃, 살구꽃, 진달래 등 떠나온 고향을 그리게 하는 여러 가지 꽃들이 다투어 피는 계절이다.

 

 이 4월이 되면 온 누리가 갈맷빛으로 물들어 온 산하가 초록(草綠)인데 초록색은 평화와 편안함, 자연 등의 이미지가 있고 기분을 온화하게 해서 마음을 편하게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초록색은 안전 및 구급ㆍ구호의 뜻으로 쓰여 대피장소나 구호소 등의 표지로 사용한다. 따라서 초록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협조성과 균형감각에 뛰어난 노력형이 많고 온화하고 마음이 상냥하며 솔직한 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4월은 마음이 포근하다. 또한 자연이 매우 아름답고 정겨우며, 훈풍은 온 대지를 쓰다듬고 햇빛에 눈이 부시는 계절이다. 

 

 4월은 봄의 중심이고 봄은 시작을 뜻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한 해의 계획은 봄에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또 봄은 오랜 겨울 동안 움추렸던 생리 현상을 활발하게 한다는 데서 유추된 생각이 봄바람, 춘정(春情) 등으로 나타난다. 이 말은 봄이 인생의 봄인 사춘기의 격정적 충동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봄에는 들뜨기 쉽다는 경계가 담겨 있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봄은 새로움과 시작을 의미하고, 긴 동면 뒤의 깨어나는 생동감을 느끼게 하며, 봄의 온화하고 화창함에서 오는 흥겨움과 풍류 등을 연상하게 한다.

 

 4월은 봄 느낌이 가장 완연한 달이라 4월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예술가들이 많지만, 한편으로 날씨가 매우 건조하여 기온 변화가 1년 12달 중 가장 큰 달이기도 하며, 1년 중에 미세먼지 일수가 제일 많은 달이기도 하다.

 

 절기상으로는 4월에 청명(淸明)과 곡우(穀雨)가 드는데 청명에는 삼라만상이 맑고 밝으며 화창해 나무를 심기에 적당한 시기이고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논밭에 가래질을 하고, 못자리판을 만들기도 한다. 월력으로는 6년에 한 번씩 한식(寒食)과 겹치거나 하루 전이 되기도 하며 국가가 정한 식목일도 이 무렵이다.

 

 곡우 무렵에는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되는 시기로 봄비가 잘 내리는 시기이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그해 농사를 망친다는 말이 있다. 또한 경칩(驚蟄) 무렵에 나오는 고로쇠 물은 여자 물이라 하여 남자들에게 더 좋고, 곡우 물은 남자 물이라 하여 여자들에게 더 애용되고 있다. 

 

 이 4월이 되면 생각나는 시(詩)가 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어트(1888~1965)가 1922년에 발표한 `황무지`의 1부 `죽은 자의 매장` 가운데 첫 구절이다.

 

 433행의 이 장시는 천만 명이라는 사람들이 사망한 엄청난 비극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정신적으로 황폐화한 유럽을 황무지로 상징화한 것으로, 라틴어, 희랍어, 산스크리트어 등 6개 언어를 사용하고, 셰익스피어, 단테, 보들레르 등 고전 시구에 대한 암시와 인용을 비롯해 수많은 상징으로 뒤덮여 있는 매우 난해한 시이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하여 온 산하는 모두 폐허가 되었고 사람들은 정신적 공황에 빠져 절망에서 허덕일 때였으므로 4월은 잔인하고 오히려 겨울이 따뜻했다는 역설적인 이 시구를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922년에 발표된 이 시가 우리나라의 독자들에게 애송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 4ㆍ19혁명 뒤부터이다. 3월 15일 정ㆍ부통령 선거 부정에서 촉발된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겪은 뒤라서 잔인한 4월이라는 몇 글자만으로도 상처받은 국민들의 가슴에 자연스럽게 안겨졌다.

 

 꽃들이 만개하는 좋은 계절 4월을 잔인한 4월이라니, 그러고 보면 엘리어트는 38년 뒤의 한국 역사를 예견이라고 한 것일까?

 

 `해마다 4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 속에 그들의 피 묻은 혼의 하소연이 들릴 것이요, 해마다 4월이 오면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 되살아나리라.` 라는 4.19 민주 묘지의 기념탑의 문구가 숙연하게 느껴진다.

 

 4월에는 논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일 년을 시작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잔인한 4월은 이마저 허락을 하지 않아 사람들은 자가격리를 하면서 거리두기를 해야만 한다. 언제쯤이면 코로나19로부터 해방이 되어 서로 간에 정다움을 나눌까?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해보지만 잔인한 4월은 대답이 없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건만 봄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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