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 하는 꽃망울은
다른 꽃잎들처럼 흩날리지 못하고
이유 없이 솎아져
서러운 불의 혓바닥에 던져졌다 아팠다
아무도 아무 말도 끝내 하지 않았다
가만 붉어지다가 겁먹은
눈망울은
뜨거운 불 속에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미안하고 미안한
세상은 들끓어도 너는 너무 멀어서
어린 꽃빛 꼬투리
섭섭한 바람의 혀에 꼬리표로 묶는다
<시작노트>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면서
아무 짓도 하지 않으면서 너무 늦어 슬픔만 공유했다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야 했다
감쪽같이 추방되어 별이 된 천사
정인아! 미안해!
이명숙
2014년《영주일보》신춘문예 당선.
2014년 《시조시학》 신인상.
2019년《문학청춘》시 등단.
2019년 《한국동시조》 신인상.
시조집『썩을,』 현대시조100인선 『강물에 입술 한 잔』 .
시집『수식은 잊어요』.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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