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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칼럼>본질에 가까워지는 질문 `왜`
 
성진숙 북구 신천초 교사   기사입력  2021/01/27 [15:18]

▲    성진숙

북구 신천초 교사

11월까지 한 달 남짓 아이들을 만나고 12월 들면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이래로 새해가 밝은 지금도 아이들을 줌으로 만나고 있다.


곧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 상향 조정의 여파로 등교수업이 미루어지다가 급기야 얼마 전에는 졸업식마저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결정이 났다.


이대로 아이들과 한 해를, 초등학교 시절을 마무리할 생각을 하니 아쉬움과 속상함, 안타까움 등 여러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며칠 전,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졸업식을 안내할 때 줌 화면 너머로 들려오는 한숨과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아이들의 표정에서 코로나로 인한 아이들의 엄청난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기성세대로서 아이들에게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 반`으로 소속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 것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이들에게 의미 있을까.


새해를 맞으며 필자가 내린 결론은 아이들에게 목표와 꾸준함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새해 첫 수업 시간, 각자 올해 더 나아지고 싶은 부분을 생각해 보고 그 목표를 위해 매일 해야 할 일을 발표하도록 했다. 가장 먼저 내가 시범을 보이고 아이들에게 발표하도록 했더니 비교적 어렵지 않게 발표에 응했다.


처음이라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내가 관여하기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아이들이 알 수 있도록 달리 교정하지 않았다.


단, 목표에 따르는 행동 계획은 아주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다. 예를 들어 `똑똑해 지겠다`를 목표로 세운 아이는 똑똑해지기 위해 매일 언제, 무엇을 할지에 대해 질문하고 답한 바를 적어두었다.

 

다음날, 비록 온라인 중이지만 미술 시간을 활용해 정한 목표를 새해 다짐과 함께 적어두고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언제든 찾아볼 수 있도록 학급 단체 채팅방에 아이들의 목표를 적은 노트의 사진 파일도 함께 올렸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보통은 목표를 세우고 멋지게 그림으로 그려보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된다.


마치 새해 첫날 해맞이 명소에 가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목표가 이루어지길 바라고 다음날부터 해 뜨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새해 들어 출근 전 독서를 목표로 정하고 아이들과 공유했던 내가 제일 먼저 다음 날 단체 톡 방에 목표를 실행한 나의 인증 사진을 올렸다.


아이들이 뭐지? 하고 당황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24명의 아이들 중 아침에 일어나 문제집을 풀기로 목표를 세운 2명의 아이가 자신의 인증 사진을 올렸다.


그날 줌 조회시간에 목표를 다시 발표하고 목표를 위해 내가 한 일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첫 단추를 잘 끼워준 두 명의 아이를 칭찬하고 왜 `꾸준함`이 `재능`인지 이야기해 주었다.
그 날 이후 매일 아침 조회시간에는 목표를 위해 실천한 것과 실천할 것을 발표하였다. 모두가 발표를 귀 기울여 듣고 있다. 누구보다 발표하는 `나 자신`이 듣고 있다.


이것이 내가 원하는 바다. 매일 나의 목표를 상기하고 실행 여부를 돌아보며 스스로 피드백 하는 것. 공부를 포함한,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모든 영역에서 목표를 정하고 작지만 그 목표를 이루어보는 경험을 하는 것.


 안젤라 더글러스는 그러한 `열정을 지닌 꾸준함`을 `그릿`이라는 말로 명명하였다. 그릿이야말로 성공한 사람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이라고 말한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라는 이 진리를 아이들에게 잔소리가 아니라, 교과서 같은 말이 아니라 일상에서 경험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다. 경험만큼 강력한 교과서는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이 새해를 맞으며 이별을 준비해야 나와 아이들에게 주는 작지만 큰 선물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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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27 [15:1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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