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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칼럼>옹기의 소통
 
김재범 논설위원, 도예가   기사입력  2021/01/27 [13:54]
▲ 김재범 논설위원, 도예가  


김제 부거리엔 올해 110년째 나는 전통 ‘옹기가마’와 ‘독막’이 있다. 지난해 11월 9일부터 14일까지 역사적인 이곳에서 개성 넘치는 국내 도예가 5인이 ‘제3회 안시성 옹기가마 워크숍’이 조용하게 펼쳐졌다. 워크숍은 김제지역 옹기토만을 사용하여 참여 작가 고유의 작업 콘셉트(concept)을 접목하였다. 이렇게 나흘간의 작가별 자유성형과 하루는 지역문화탐방이 있었다.

 

특히 부안청자박물관과 주변 유천리 청자요지를 거쳐 고창 분청사기요지 답사는 각별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워크숍이 열린 부창마을은 조선시대 말기 천주교 박해를 피해 모여든 사람들이 살게 되며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200여 년 전 이곳엔 6기의 옹기가마가 있었으나 사라지고 현재 남은 1기가 유일하다. 아궁이 너비 1m에 높이 1.6m, 가마 길이는 22.5m 크기의 통가마 형태인 이 옹기가마는 2008년 국가등록문화재 제403호로 지정되었다.

 

옹기가마와 독막으로는 국내 유일하다. 가마 자리는 약 15도 정도의 경사면을 이루고 있는 구릉을 파내어 옆면은 큰 벽돌을 쌓고 사질이 섞인 황토로 천장을 덮었다. 지금은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는데 크게 기여한 안시성 옹기장이 30년 넘게 부거리 옹기마을을 지켜오며 ‘안시성 옹기’라는 이름을 걸고 옹기문화의 맥을 잇고 있다.
  안시성 도예가는 2015년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53호 옹기장’으로 지정받았다.

 

그는 1992년 부거리 옹기마을에서 명망 높았던 ‘고 변동순 선생’에게서 전통옹기제작방식을 비롯한 옹기 장인으로서의 정신 등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안 작가는 “마을 어르신 대부분이 옹기대장 출신이었고 그 분들 식견이나 시선이 예리하다. 지나시는 길에 말은 없으셨지만 어른들 보여드리기에 작업이 조심스러울 때가 많았다”는 이야기를 동료 작가들에게 들려주곤 한다. 마을어른들의 시선이 마음에 걸려서일까. 안시성 작가는 그분들과 잠시라도 옹기가마에 대한 친근한 정서적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음악회를 비롯한 옹기워크숍 등 크고 작은 문화행사를 마련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늘 마음을 쓴다.

 


  ‘안시성 옹기’는 김제 부거리에서 전승되어온 전통옹기제작방식을 그대로 재현한다. 또한 현대인의 민감한 미적감수성에 충실한 옹기작품개발에도 끊임없는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옹기는 어떻게 이 세상에 고유한 빛을 볼 수 있었는가?란 질문에 안 작가는 “옹기는 발효를 위해 태어난 그릇”이라 말한다. 우리 발효 음식들은 삼국형성기에 벌써 염장기술, 양조기술이 있었다. 삼국시대 초기 장류, 식초류, 침채류, 주류 등 우리 음식의 주축을 이루는 발효 음식들을 완성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발효 음식의 발전이 저장용기의 발달과 깊은 연관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이다. 옹기와 염장문화덕분에 저장성 발효음식이 우리 입맛을 지배하게 되었고 발효음식을 담았던 옹기를 빚는 전통을 이어오게 된 것이다.

 


  안 옹기장의 말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공예사를 넘어 음식문화사에서 폭넓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두장문화와 어장문화 모두를 가지고 있다. 19년 한·아세안발효음식문화포럼에서는 동북아 발효음식의 기원이 기원전 6000년 전후라는 주장이 있었다. 한반도 남해안과 일본 규슈 북서해안 원시토기문화시대로부터 유래하였다는 것이다.

 

고고학 연구에서는 그 직접적 연관성으로 이 지역 선사유적과 조개무덤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원전 만년전후 토기의 발견을 들었다. 토기사용은 물이나 젖은 음식을 담을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릇 안에서 부패나 발효가 일어났을 것이며, 토기를 사용하며 끓임문화와 발효문화가 인류 최초로 시작했을 거란 이야기다. 그러므로 김치나 젓갈의 출현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의 빵, 치즈와 같은 제조시기로 보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단순한 저장기능을 넘어 양질의 발효가 가능했던 이유도 우리만의 독특한 옹기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귀한 문화의 맥을 잇는 일은 그래서 소중하다. 워크숍을 마무리하며 “공방 도예가들이 옹기제작기법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훨씬 시야가 넓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 귀띔해준다. 대다수 작가들은 정기적인 전시회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작업의 현주소를 알리거나 다음 작품 방향을 모색할 때 영감을 얻곤 한다. 최근에는 컬렉터(collector)들 마음의 문을 열어보려는 크고 작은 이벤트로 간극을 좁힐 기회를 찾는 시도들이 다채로워지고 있다. 어느 장르보다 퍼포먼스가 강하고 관객과 소통매력을 지닌 도예워크숍이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발전하길 바라고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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