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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첫봄 미용실 이희은
 
이희은 기자   기사입력  2021/01/26 [13:45]

입김 닦은 거울에 날 비춰보았죠

 

어둠 속에 던져진 구근처럼
빛나던 머릿결은 색을 잃었군요
언제나 기다리겠다던 당신이
밤을 웅크리다가 꽃잎 떨구었으니까요
몇 번의 계절이 바뀌었는지
창틀 화분마다 초록의 손가락, 날 부르는 손짓
가윗날 벌어지듯 점점 커지네요
푸석하던 마음에 물기가 돌았죠

어깨에 커트보를 두르고
첫봄이 되기로 했어요
가위질 소리, 얼어붙은 심장을 두드리네요
빗살이 머리칼 사이 지나갈 때마다
짧게 더 짧게 자르고
큐티클 녹여 크로커스 꽃을 피워 달라 했죠
죽었던 색, 한 방에 살아나도록 말예요
당신 손길 스치듯 미풍이 지나가고
낯선 나, 축배의 와인처럼 향기로워졌어요
여기는 흑백사진이 환해지는 곳
새치의 감정도 새순처럼 반짝이네요

오늘은 새로운 내 청춘의 첫봄,
당신 별자리 보이지 않아도
얼룩진 가운 벗고
랄랄라, 봄의 꽃말을 노래하겠어요


 

 

시작노트

 

▲  이희은 시인


어머니 몸 비우시고 몇 번의 달이 바뀌었는지, 복잡한 감정으로 칩거한 지 몇 번의 계절이 바뀌었는지......
  이런 나에게 다시 봄을 선물처럼 주시려는지 자꾸만 머리가 근질거렸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창가에 크로커스 화분이 있는 미용실에 오게 되었다. 새롭게 첫봄이 되어보겠노라고 머리카락에 봄을 심어 보았다.

 


 

 

수원거주
  2014년 『애지』로 등단
  시집『밤의 수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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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26 [13:4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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