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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폭력의 사슬…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울산광역매일   기사입력  2021/01/24 [15:32]
▲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가 22일 정동극장에서 재연을 개막했다.     © 울산광역매일


"남자들은 무엇을 해도 괜찮고, 여자들은 쳐다만 봐도 죄악이지!"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집 안에 갇힌 자매들은 이렇게 중얼거린다. 두 번째 남편 '안토니오'의 8년 상을 치르는 동안 '베르나르다 알바'는 다섯 딸들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한다. 하지만, 그녀들 안에 음습하고 처절하게 피어오르는 욕망까지 자신의 손안에 쥐고 흔들 수는 없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가 22일 정동극장에서 재연을 개막했다. 지난 2018년 10월 우란문화재단에서 국내 초연 당시 여성 배우 10명만 무대에 오르는 '여성 서사극'으로 주목 받았다. 그해 초반엔 사회를 강타한 '미투 운동'이 공연계를 뒤흔들었고, 그 여진이 컸을 때였다.

 

'베르나르다 알바'가 3년이 지나서도 재연을 한다는 건 한 극장과 기획사가 성인지적 관점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 공연계가 성인지적 관점을 놓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초연에서는 주로 '여성'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당연히 '여성 서사'도 중요하다. 하지만 20세기 스페인 시인 겸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삼은 이 뮤지컬에는 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특히 새롭고 낯선 형식의 마니악한 작품을 양산해온 미국 뮤지컬 작곡가 겸 극작가 마이클 존 라키우사의 작품이 아닌가. 그는 권위와 본능, 우월감과 열등감이 뒤섞인 인물들을 통해 감정의 밀도를 높인다.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의 무더위와 같은, 숨 막힐 지경의 암울한 시대가 배경. 거룩하고 성스러워 보이는 알바의 다섯 딸들은 현실과 불화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들의 내면은 자아와 성적 본능에 뒤틀린 상태다.

남성 중심의 지독한 폭력 구조의 사슬을 답습한 엄마 알바는 하지만 그럴수록 딸들을 더욱 억압한다. 폭력적인 남성의 정신과 태도를 내세우는 그녀는 일종의 '명예 남성'처럼 보인다.

 

"내 보호 안에서만 편안하게 숨 쉴 수 있지" "여기서는(알바의 집) 아무 일도 안 일어나"를 주문처럼 외운다. 그러나 그건 비극으로 치닫는 천둥·번개가 될 뿐이다. 고요해보이는 알바의 집 내 각방에는 이미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다.

 

'베르나르다 알바'에서는 특히 플라멩코가 중요하다. 손뼉를 강하게 치고, 발바닥에 중력을 실어 리듬을 완성하는 플라멩코는 17~18세기 안달루시아 지방 집시들에게 서려 있는 '한(恨)'을 폭발시킨다.

 

'베르나르다 알바'에서도 인물들의 엉켰던 감정을 풀어낸다. 이혜정 안무가의 동작들은 플라멩코 박자를 뮤지컬의 어법으로 사용하며 감정을 대신 분출하는 카타르시스와 같다.

 

작품 곳곳에 배어 있는 암울함에 맞서는 이 몸짓은 삶의 폭력성이 강요하는 억압을 거부하겠다는 여성, 아니 인간의 권리 주장이다. 좋은 공연이 주는 감흥은, 세상이 주는 엄혹함보다 크다.

 

오는 3월14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한다. 알바 역 정영주의 프로듀서 데뷔작이다. 알바 이소정, 마리아 호세파 강애심·황석정, 폰시아 한지연·이영미, 앙구스티아스 최유하·김려원, 막달레나 임진아·황한나, 아멜리아 정가희·김환희, 마르띠리오 김국희·전성민, 아델라 오소연·김히어라, 하녀&빼빼 이진경, 어린 하녀 이상아가 출연한다. 연출은 연태흠, 음악감독은 김성수, 번역·우리말 가사는 박천휘가 맡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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