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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회> 몽돌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1/01/10 [16:23]

성산포 바닷가였던가 아니면
변산 해수욕장 어디 쯤었을까? 이 몽돌 만난 곳
반질반질하다는 것은 뻔뻔하다는 게 아니야
둥글둥글하다는 것은 모서리를 깎아내는
아픔이 있었다는 것 아니겠어?
바닷가가 아니라도 상관없지
시장바닥이면 어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 둥글둥글 굴려야지
밤을 새워 인간사 굴려보니 그 또한
몽돌이었네

 

전생에 억겁의 인연이 있어야 이승에서 옷깃 한 번 스친다는
그 말 굴려보네
무량겁無量劫을 굴리고 굴려
죽어서 가는 극락보다 개똥밭 같은 이승이 좋다는
염불 같은 파도에
포말로 부서지는 것이 인생이지
바닷가 거니는 사람들
마음마다 몽돌이었으면 좋겠네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몽돌은 파도나 해류의 영향으로 동글동글해진 돌이다. 주먹보다 조금 큰 크기의 까맣고 매끄러운 돌을 으뜸으로 친다. 물론 참새 알 만한 것도 앙증스럽고 예쁘다. 몽돌은 곱게 보면 다 예쁘고 그냥 보면 그냥 돌일 뿐이다. 꽃을 보는 것이나 돌을 보는 것이나 예쁘게 보면 한없이 예쁘고 밉게 보면 꼴도 보기 싫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몽돌은 얼마나 파도에 시달렸으면 닳고 닳았을까 파도와 파도 사이를 마루라 하는데 바람과 해류에 따라 크기와 파장은 달라진다. 육지에 가까이 올수록 파도의 저항력이 커져 파도는 부서진다. 그때 파도 에너지가 방출되어 자갈이나 모래를 앞뒤로 나른디.

 

이때 파도 안쪽에서 물 입자들이 위아래와 앞뒤로 원운동을 한다. 경사가 급할수록 운동에너지는 크다. 잡석은 이런 원리에 따라 태풍의 거센 파도에 휩쓸려 물밑에서 서로 비비고 뭉개고 갈며 몽돌이 되어간다. 태풍이 끝나고 잔잔해진 후에는 원래 그 자리에 몽돌이 되어 자리 잡는다. 해변에 깔린 몽돌은 크기와 모양과 색깔이 다르다.

 

보통 현무암은 붉은색이나 갈색을 띠고, 편마암은 줄무늬가 있다. 둥글다는 아픔을 참았다는 것이다. 몽돌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모난 성질 죽이고 개성마저 버리고 바닷가에 그 많은 세월을 껴안고 파도에 순응하는 몽돌처럼 사람도 둥글면 좋겠다. 불같은 성질머리도 개성도 마모된 지금 삶에 중독됐는지? 마비됐는지? 뜨거운 햇빛이 구름 뒤로 얼굴을 감춘 바닷가에서 몽돌이 까맣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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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10 [16:2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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