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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5회 > 가을의 쓸쓸함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20/11/03 [17:06]
▲ 하송 시인    

올해는 그냥 기본만 하려고 했습니다. 핑계가 좋았습니다. `코로나19로 병원에 건강검진 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니까 위험해. 사람이 많이 방문하는 병원에 오래 있으면 안 돼.` 귀찮기도 하고 겁도 났는데 그럴싸한 이유가 생긴 것입니다. 2년마다 하는 건강검진이 다가오면 항상 두려움이 앞섭니다. 내시경도 겁이 나지만 결과는 더욱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기회는 이때다! 그래 올해는 기본만 받자!` 결심하고 미루던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원장님이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기본 검진만 하겠다고 하자,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암을 발견한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내시경과 초음파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셨습니다.

 

결국 항복하고 위내시경과 초음파까지 하겠다고 했습니다. 대장내시경도 4년이 지나서 올해는 꼭 해야 된다고 하셨지만 대장 내시경만은 엄두가 나질 않아서 다음에 하겠다고 버텼습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침대에 누웠습니다. 미리부터 겁에 질려 있는데 정맥주사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이 주사기를 들고 다가와서 팔을 몇 번 두들기더니 혈관이 안 보인다고 했습니다.

 

제가 혈관이 약해서 주사를 잘 놓는 사람이 놓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귀담아서 듣질 않고 계속 진행했습니다. 왼쪽 팔에 고무줄로 묶고 손바닥으로 세게 때리면서 시도했지만 혈관 세 군데를 터트리기만 하면서 실패했습니다. 결국 정맥 주사 잘 놓는 사람을 불러와서 가까스로 성공했습니다.

 

혈관 터트린 자리가 쑥쑥 아팠습니다. 수면 내시경이라서 한숨 자고 일어나니 검진이 완료되었습니다.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 있어요?" 위내시경 끝난 후 원장님의 첫마디였습니다. "특별히 없는데요. 코로나 때문인가…." 확신이 없어서 말끝이 흐려졌습니다.

 

사진을 보니 큰 궤양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조직검사도 함께 병행하며 위궤양으로 일단 1주일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1주일 후에 건강검진 결과를 보러 병원을 재방문 했습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위궤양약을 하루에 6회 먹고 다시 위내시경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보러 병원 갔던 사람이 약을 한 보따리 들고 집에 들어오니 가족들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환자라서 앞으로 3개월 동안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니, 가족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하자 모두 웃었습니다. 아들이 말했습니다. 엄마 성격으로 볼 때 의기소침하고 힘이 없을 것 같은데 이렇게 씩씩하시니 마음이 놓인다고 했습니다.

 

아들의 말에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보러 간 엄마를 생각하면서 걱정하고 있었던 듯했습니다. 그런데 약을 많이 들고 오는 모습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표정을 살펴보니 다행히 밝아서 안심하려는 찰나, 심한 위궤양으로 3개월이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에 또 놀랐는데 의외로 꿋꿋한 모습에 마음이 놓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유명 개그우먼이 엄마와 함께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직도 충격이 가시질 않습니다. 그동안 앓아오던 질환을 개그 소재로 승화시켜 잘 극복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더 심해져서 무대에 서질 못했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유명을 달리해서 더욱 가슴이 아프고 충격적입니다. 엄마의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도 발견된 듯합니다. 딸 혼자만 보낼 수 없어서 함께 간다는 내용이 있다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핑 돕니다.

 

요즘 주위 아는 사람 중에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잘 낫지 않는 난치병이나 암으로 투병 중인 지인들을 볼 때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우린 모두 언젠가는 저세상으로 가야 할 길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조금 일찍 가고 조금 늦게 가는 차이입니다. 뒤로는 길이 없어 오직 앞을 보며 뚜벅뚜벅 걸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이런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면 온몸에서 힘이 빠집니다. 오늘은 바람 부는 대로 힘없이 굴러 다니다 발밑에서 밟히는 낙엽 소리가 더욱 스산하게 전해옵니다. 내 주위 친구, 직장 동료, 가족들을 향해 더욱 사랑의 눈길로 돌아봐야겠습니다. 감염병과도 싸워야 하는 올 겨울이 덜 추우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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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1/03 [17:0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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