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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명춘 시인   기사입력  2020/10/28 [17:08]

 바람이 산자락을 움켜쥐고 산을 흔들고
이르지 못한 길들이 가을나무처럼 빈손을 내어놓는다
어디쯤일까 이 밤의 시작과 끝은
그 누군가의 입에 한 번도 오르내리지 못한
그리움 혹은 아픔들, 익명의 풀꽃으로 피어오르고
녹슨 어둠의 문빗장을 풀고 나오는
별 몇 개, 내 이마 높이에서 머뭇거린다
낮은 목소리로 새떼들이 돌아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나뭇잎의 한 계절을 갈아엎고 
늘 현재진행형으로 흐르는 바람은 얼마만큼 흘러야
나를 길고 넓은 이 밤의 가지 끝에 내려놓는가
산이 산과 만나 떡두꺼비 같은 산을 낳고
한 동이씩 적막을 떠메고 가는
밤 12시를 향하여 긴 발부리를 내리는 길
주저앉지 않으리라 난 한 그루의 나무
허공을 향해 화살처럼 쏘아올린 나뭇가지가
먼 훗날, 아무리 모나고 거친 바람도
둥근 활엽으로 뒹구는 큰 숲이 될 때까지 
쉼 없이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놓으며

 


▲ 함명춘 시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고 했던가. 이 코로나 난국에도 가을은 왔다. 이제 겨울을 지나 곧 봄도 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 아니, 봄을 조금 더 앞당기기 위해 산하(山河)는 스스로 붉게 물들며 나뭇잎을 떨굴 것이다. 하늘도 스스로 찬바람과 구름을 불러들여 눈을 퍼부을 것이다. 덮인 눈을 뚫고 대지는 우리 곁에 가장 건강한 새싹을 꺼내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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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28 [17:0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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