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3학년 기말고사 국어 과목을 재시험 치르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A고교와 학부모들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2020학년도 1학기 기말고사 시험을 실시했다.
하지만 A고등학교는 국어 기말고사 실시 이전에 3학년 이과반 국어 담당교사는 `이과`반 학생들에게는 시험 출제 범위를 알려주는 반면 `문과` 교사는 사전 알려주지 않았다. 이에 일부 `문과`반 학생, 학부모들이 `이과`반에게만 출제 범위를 사전에 제공했다며 형평성이 어긋난다며 재시험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재시험에 따른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선 재시험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앞선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재시험 때문에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A고교는 지난 7일 국어교사 4명이 교과협의회를 가졌지만 이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교과협의회에서는 학교장에게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개최 요구했고 지난 10일 재시험을 치르도록 결정했다.
11일 A고교는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정성의 문제가 있다면 재시험 칠 정도의 문제일까`의 설문조사에서 불공정성 70%, 공정성 30%의 결과가 나와 국어 과목만 오는 13일 다시 시험을 치도록 해 학생, 학부모들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학교 측은 `문과`반만 배제하고 시험문제 출제범위를 알려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 일이라며 학생들의 학업평과 과정은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재시험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전 1차 기말고사의 성적 50%를 반영하고 재시험 50%를 합산해 선의의 피해 학생이 없도록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이날 e-알리미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발송하기로 했다. 최근 3년간(2017~2019년) 울산지역 고등학교에서 재시험 건수는 306건으로 나타났다. 2017년 146건, 2018년 86건, 2019년 74건 등이다. 대학 수시모집에서 내신의 영향력이 합격에 좌우가 커지고 학교 성적이 중요해지면서 공정성 시비가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부모 B모씨는 "국어 교사를 맡은 교사가 전 학급에 알려주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다시 재시험을 치른다는 것은 말도 안된고 시험을 친다면 주관식만 재시험을 봐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70% 이상의 학생들이 불공정하다는 조사가 나와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며 "문제의 교사에게는 학교에서 경고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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