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이전 정부 때보다 낮은 13%대에 불과했던 건강보험 국고 지원 비율을 15%까지 높이기 위해 재정당국에 1조7천억원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증액에도 법에서 정한 20%에는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29일 보건복지부(복지부)가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기획재정부(기재부)에 2021년도 본예산 중 건강보험 국고보조금과 관련해 10조6천267억원 편성을 요청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 8조9천627억원 대비 1조6천640억원 증액된 규모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와 함께 국고 지원으로 운용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에 따라 국가는 매년 예산 범위에서 해당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국고 14%, 담뱃세 등으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 6%) 상당 금액을 지원하도록 돼 있다.

2007년부터 지원하기로 했던 국고 지원 비율을 기재부 등 재정당국은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

오히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케어)을 국정 과제로 내놓은 문재인 정부 들어 국고 보조금 지원율은 연평균 13.4%로 이명박 정부 16.5%(2008~2012년), 박근혜 정부 15.0%(2013~2017년) 때보다 떨어졌다. 2017년 13.6%(6조7천839억원)였던 정부 지원 비율은 2018년 13.4%(7조1천732억원), 2019년 13.6%(7조8천732억원)에서 올해 처음 14.0%까지 올라왔다.

건강보험 재정 투입이 필요한 문재인케어에도 국고 지원 비율이 떨어지자 시민단체 등에선 `생색은 정부가 내고 건강보험료만 올려 부담은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1조원 넘게 증액하기로 하면서 올해 8조9천627억원으로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0%를 맞췄다.

복지부는 내년 예산이 1조6천640억원 증액되면 15.0%(보험료율 3.2% 인상시 내년 예상수입 70조6463억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같이 증액을 요청했다. 10조6천267억원 중 8조7천328억원은 정부 일반 회계 예산이며 1조8천939억원은 건강증진기금이다.

내년 15%를 달성할 경우 2016년(15.0%) 이후 5년 만에 15%대를 회복하게 된다.

복지부는 이날 설명자료에서 "최근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보장성 강화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통한 가계 의료부담 경감 필요성은 더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정적 뒷받침을 위해 정부는 당초 발표해온 바와 같이 매년 적정 수준의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국민의 보험료 납부부담이 급격히 증대되지 않도록 국고지원 예산 확대 및 불필요한 재정누수 방지 노력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고 증액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매년 예산의 범위에서 해당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하도록 돼 있다"며 "현재 2021년도 건강보험 국고지원 예산안은 재정당국에서 심의 중으로 부처간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