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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바다다방에는 양양이 있다
 
박미산 시인   기사입력  2020/05/26 [17:39]

지나가던 육지 바람이 들어가자 
바다다방이 둥둥 뜬다
그녀도 붕붕 떠서
바람과 바람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출렁이는 물빛 너머를 바라보는
그녀의 입술에선 풍경소리가 새어 나온다
잘 삭힌 홍어 같은,
그동안 잊었던 육지 바람이
그녀의 풍경을 흔들고
다방 안엔 모처럼 그녀의 해맑은 풍경소리가 가득 찬다

 

한구석에 독사처럼 웅크리고 있던 바람이 담뱃불을 붙인다
서울에서 대구로
목포에서 흑산도로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훑어 내리던 담배 연기가
그녀 뒤통수를 휘감는다
그녀가 물속에 고꾸라진다
쌍화차에 빠진 대추처럼
커피포트는 좁고
손에 갇힌 물,
물에 갇힌 손,

 

수평선이 바닥에 납작 엎드린 그녀를 묶고 있다

 


 

 

▲ 박미산 시인   

몇 년 전에 시인들 20여명이 흑산도를 간 적이 있었다. 유배와 절망의 땅이었던 흑산도는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게 변한 곳이다. 해변가에는 생선가게, 식당, 술집, 여관, 다방 등 잡다한 점포들이 있었다. 우리는 배 타는 시간이 남아 바다다방으로 들어갔다.

 

다방 안에는 30대 중반의 여자인 양양과 중년의 체격 좋은 사내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육지 것인 우리가 다방 안에 들어가자 양양이 커피와 쌍화차를 내놓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모처럼 타지에서 온 우리와 그녀가 함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꼴을 지켜보던 중년의 사내가 소리를 꽥 질렀다.

 

붕붕 뜨던 그녀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양양은 서울에서 대구로, 목포에서 흑산도로 팔려왔을 것이고 그 사내는 그녀의 주인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겐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아름다운 땅 흑산도이지만, 그녀에겐 절망의 땅인 흑산도이다. 뱃고동이 울어대는 여객선을 향하여 우리는 다방을 나왔고 망망대해에 떠있던 그녀는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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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5/26 [17:39]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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