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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지 않고 가르치는 교육
 
성진숙 신천초 교사   기사입력  2020/05/25 [17:21]
▲ 성진숙 신천초 교사   

스승의 날에 작년 제자들이 잠시 다녀갔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하는 상황이라 가까이 마주하고 이야기 할 수는 없었지만, 잠시 들러 근황을 전하고 마음이 담긴 편지를 주고 갔다. 아이들의 편지에는 함께 생활할 때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마음이나 소소하게 지나친 경험들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다.

 

나로 인해 아이들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되었다는 말은 그 자체로 나에게는 큰 선물과 같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성장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영아기에서 유아기를 거쳐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인간은 신체적, 심리적으로 극적인 변화를 겪게 되며, 각 시기에 맞는 과업이 있다.

 

가령 신생아는 울음으로 자신의 생존과 관련된 표현을 한다. 누구도 이 시기에 아이들이 논리정연한 말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유아가 자기주장을 하며 떼쓰는 것은 인간의 성격 발달상 당연한 것이며, 아이가 걷는 것을 배우기 위해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시도하는 것 또한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들은 아이의 실패를 지켜보면서 `우리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낀다. 사춘기 아이들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자아정체성을 찾음으로써 성인이 될 준비를 하며 성인이 된 후에도 끊임없이 자아실현을 위한 여러 활동을 하게 된다.


인간이 누구나 삶을 영위하면서 가치관, 지식, 능력에 있어 변화와 발달과정을 거치듯 교사 또한 교직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변화와 발달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를 교사의 생애주기라 한다. 교사의 생애주기에 관한 여러 연구논문들이 있는데 유호민(2020)은 교직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직 생애주기별 직무연수 요구분석에 관한 연구에서 교사의 생애주기를 교직경력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하였다.

 

그에 따르면 교사의 생애주기는 적응단계 (교직경력 5년 미만), 성장단계 (5~10년 미만) , 안정화단계 (10년~20년 미만), 성숙단계 (20년 이상)로 구분할 수 있으며 교사는 교직의 생애주기별로 비슷한 성향을 띤다고 하였다. 적응단계의 교사는 열정은 있으나 학교시스템에 낯설고 학생 지도에 미숙하여 교직생활 전반에 걸쳐 선배 교사를 모방하며 적응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나도 모든 면에 미숙했지만, 열정만은 가득했었다. 아이들은 나를 친근하게 여기고 잘 따랐으며 학급은 그야말로 학급 공동체였다. 시험 기간 방과후에 함께 시험 준비를 하고, 시험이 끝나면 어두워진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불꽃놀이를 하던 기억, 여름 방학에 학급 모두 서울로 캠프를 갔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 시절 아이들은 선생님이 나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이해하려 노력한 점,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던 점을 좋아했었다.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정립하고 교과지도에 편안함을 느끼는 성장단계를 거쳐 가정을 꾸리고 육아를 하며 다시 아이들 앞에 선 나는 교직의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 교사는 학습지도에 있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겨나고 전문성과 열정이 조화를 이루는 시기이다.

 

지금의 나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수업에서 녹여내려고 시도하는 것이 당면과제이기도 한 중견교사이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또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중재자로서의 선생님의 역할, 즐거운 수업의 경험을 가졌던 점을 좋은 기억으로 꼽았다. 신규교사 시절, 모든 면에서 월등한 선배교사를 지켜보며 아이들에게 내 능력 밖의 것을 주지 못한 죄책감에 빠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흘러간 시간 속에서 뒤를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충분히 그 시기의 과업을 완수했던 것 같다. 영아기의 아이가 울기만 해도 사랑스럽고 그것만으로 제 할 일을 다 했듯이 그 시절 나는 미숙하고 좌충우돌했지만 아이들을 이해하려 애쓰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것은 지금의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제 나는 후배교사에게 여러 면에서 조언을 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성숙단계의 교사로 가는 단계에 있다. 모든 인간이 자아실현을 경험할 수 없는 것처럼 나 또한 마지막 단계인 성숙단계의 교사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꾸준히 연찬하고 발전을 향한 노력을 하는 교사, 어제의 나 보다 오늘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를 지켜보는 아이들에게 인생 선배로서의 롤모델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산 교육이며 가르치지 않고 가르칠 수 있는 선물과 같은 교육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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