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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회> 붉은 카네이션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0/05/10 [16:18]

긁어 달라고 아내가 돌아앉더니 등을 내민다
옷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거기 말고 그 아래 좀 쎄게 긁어주구랴
나는 아내가 시키는 대로 등을 긁었다
시원치 않다는 듯
등을 두어 번 비틀더니 웃통을 벗어 던진다.
벗고 보니 자기도 부끄러웠던지
부부는 이래서 좋은가 봐. 호호 콧소리를 낸다
얼른 장단을 맞춰
그야, 당근이지하고 목소리를 깔았다
손톱을 세워 아내의 늙은 등을
전국적으로 구석구석 긁어주는데
손톱 지나간 자리마다
수많은 카네이션 붉게 피었다

 

꽃아 피고 또 피어라
이 손톱 다 닳을 때 까지

 

등을 긁어드릴 부모님도 등을 긁어 줄 자식도 없는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긴 어버이 날이었다

 


 

 

 

▲ 정성수 시인    

요즘 보도에 의하면 존속살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천륜을 어지럽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기야 우리들은 선조 때부터 늙고 병든 부모를 산속이나 외진 곳에 갖다 버리는 풍습인 고려장이 있었다.

 

무지 몽매했던 옛날이라고는 하지만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현대에 와서는 늙은 부모를 돌보지 않고 거리에 버리거나 요양원 등에 맡겨 버리고 전혀 돌보지 않는 지식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일 년 열두 달 전화 한 통은 고사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한다.

 

옛날에는 부모에게 불효막심한 인간을 두고 효경梟獍이라 하였는데 효는 올빼미를 말하고 경은 승냥이로 두 짐승 모두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흉악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그렇게 불렀다. 효경과 같은 자식들이 많아진 것은 핵가족 시대가 불러온 비극이다. 불효가 만연한 참담한 현세를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무심히 바라보며 덤덤히 살아가고 있다. 신고려장 같은 불효야말로 자식이 부모에 저지르는 커다란 죄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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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5/10 [16:1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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