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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회> 골목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0/04/19 [16:08]

골목에 내리는 비가 그리움의 눈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 몇이나 되랴
내 그리움의 병 작은 우산으로 가리고
너의 골목을 헤맨다
너는 빗소리를 듣느냐
나는 비가 그치고 별 돋아나는 밤까지
이 골목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움의 골목을 지나면
그립지 않은 골목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을 때
보이지 않던 풀들이 없던 꽃들이
어느 날 지상을 가득 메우면

 

아~ 비 내리는 골목을 얼마나 더
서성이어야 하는지
골목을 통과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비를 맞아야 하는지
이 비가 그치면 또 무엇을 그리워하고 또 무엇으로
젖은 가슴을 채워야하는지
한 쪽 어깨 비워둔 우산하나
너의 골목에서 비를 맞으며 떨고 있다

 


 

 

▲ 정성수 시인    

길은 끝나는 곳에서 또 시작을 해 어디든지 통한다. 그러나 골목 끝은 더 이상 통할 수 없어 끝을 보여준다. 그래도 골목은 사람을 품어 좋다. 골목의 낮은 왁자하다. 도청에 다니는 아들이 이번에 과장이 되었다고 어제 한 말을 또 해도 환경미화원의 수레가 게으른 바퀴를 돌린다.

 

학교가 파해 오른 팔을 바람개비처럼 돌리며 집으로 달려가는 3학년짜리 철구가 신나면 생선 파는 홀아비 박씨가 싸구려를 외친다. 미장원을 들락거리는 여자들의 웃음이 골목을 메워도 딸 하나를 데리고 사는 오과부와 남편과 사별하고 포장마차를 하며 사는 영주엄마의 신세타령을 다 받아주는 골목에 우리 식구들이 살고 있다.

 

골목에 어둠이 깔리면 가로등이 희멀건 눈을 뜨고 골목을 내려다본다. 담장 위에서는 암고양이와 수고양이의 나 잡아봐라가 시작되는 시각 쯤 한 남자가 담벼락에 난을 쳐대도 골목은 씩이 웃기만 한다. 또다시 새벽이 오면 어떤 대문 앞에서 오토바이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리고 연탄재를 들고 나오는 여자가 보인다. 포장마차가 타이어에 바람을 빵빵하게 불어 넣고 이재를 생각한다. 순자 엄마가 야채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시장으로 나서는 골목은 살아서 꿈틀거린다. 골목 안 식구들은 가진 것이 없어도, 배운 것이 적어도 불평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하루하루를 싱겁게 웃고 떠들며 사는 것이 그냥 좋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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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19 [16:0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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