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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밍업
 
송미선 시인   기사입력  2020/04/08 [17:07]

어설픈 속내를 말할 때
머뭇머뭇
삼사초 숨을 고른 뒤 하는 말
사실은...

혀가 상고모자의 늘어뜨린 술보다 길어
가늠되지 않는다
숨겨둔 무엇도 없으면서 호주머니를 뒤적이며
그게 아니라 사실은...

 

알몸인 줄 모른 채
얼굴만 가리는 당신의 두 손이 붉다
나가지 못한 말들이 얼굴에 응얼거린다
틈만 생기면 분출하려는
마그마처럼 벌겋다

 

사실이 아닐지라도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해

 

혀는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린다
이것은 혀의 일일뿐
내 탓이 아니야
의심에 가속도가 붙는다

 

아이스크림을 핥아먹으며 혓바닥이 부드러워지기를 기다린다
안전장치가 풀린 말을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토해도 남아있는 말
그게 아니라 사실은

 


 

 

▲ 송미선 시인    

아르코에서 방영하는 <문장의 소리>를 즐겨 듣는다. 몇 년 전 방송된 것까지 소급해서 들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시단을 끌고 가는 시인들이 초대되어 시에 대한 이야기와 시인으로서 사람살이를 사회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대담한 시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사실은……’이었다. 사회자가 던진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다가 ‘사실은……그게 아니고’하면서 대답을 이어나갔다.  일상에서 우리는 어떤 상황일 때 ‘사실은……’을 사용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뭔가를 숨겼거나 떳떳하지 못했을 때, 어려운 부탁을 할 때, 변명이 필요할 때……. 오늘도‘사실이 아닐지라도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하루는 아니었는지 돌이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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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08 [17:0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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