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그림도 없이 빈칸을 촘촘히 채우며 제 삶을 담장에 엮고 있다
입 다문 수직벽은 넝쿨의 가든
어린 손톱을 세우고 밤이 되면 벽에 앉은 달빛을 밟고 공중의 길을 오른다
중력을 거부하고 어린아이가 쏟은 물감처럼 은하 쪽으로 번지고 있다
모진 바람에도 벽을 꼭 움켜쥐고 있는 담쟁이를 보며 사유하는 시간
그 사람 살 냄새가 너무 깊어서 망설이던 손이 넝쿨이 되어 벽처럼 서 있는 그 사람 전부를 휘감고
담이 쓰러질 때까지 함께한다
세찬 바람에도 벽을 꼭 움켜쥐고 있는 담쟁이를 보며, 벽처럼 서 있는 그 사람을 쓰러질 때까지 함께한다. 넝쿨의 손톱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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