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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의 기원
 
최서인 시인   기사입력  2020/02/26 [16:53]

복받쳐 오르는 울음의 심연을 모아
짐승의 뼈 안에 가둔 것이 최초의 피리였으리라
인간이 처음 슬픔을 은유한 도구,
우루밤바 계곡에서 발굴된 미라의 목에 걸린 산포니아*
피리소리는 안데스 능선을 따라 바람처럼 흘러갔을 것이다
우리의 앞머리칼이 옅은 바람에 흔들릴 때
수만 년 전 사내의 슬픔이 비로소 당도한 것을 알 수도 있다

 

죽은 아내를 위해 순순히 제 뼈를 내어 주었을 콘도르
꽃잎 같은 입술을 오므리고 당신이
피리를 불면 사내의 무릎에 소복이 별들이 쌓였으리라
가늘고 긴 구멍 속으로 슬픔을 불어 넣는다면
몸을 소리로 증발시켜 한 송이 꽃이 될 수 있다면

 

하현의 자세로 누워
허공의 수액을 빨아들이는 저녁의 한때
언젠가 나도 당신이라는 목에 걸려 피리로 발견될까
동굴처럼 캄캄한 무덤 속에서
들여다보면 바람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인

 

어스름 발자국처럼 내가 닳아갈 동안
불현듯 당신이 하나의 운지법을 기억해 냈을 때
울음은 오래된 유물처럼 풍화된 후일 테지만

 

*산포니아 : 죽은 콘도르의 뼈를 깎아 만든 피리

 


 

 

▲ 최서인 시인    

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도 인간은 슬픔을 기록하려 했을 것이다. 깊은 슬픔은 모음으로만 이루어진 통곡으로 달랠 수 없었으리라. 새의 날개를 빌려 자신의 슬픔을 하늘로 띄워 보냈다. 그 편지는 어디로 가 닿았을까. 어느 날 수만 년 전의 울음이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의 슬픔이 고스란히 내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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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26 [16:5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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