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성 이야기로 말하는 인문학(이인) 공동대표

필자는 요즘 한창 老子에 빠져있다. 노자의 첫 번째 장을 펼쳐든 순간 나는 허공에 끝없이 펼쳐진 그물을 대하는 느낌을 받았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도를 도라고 부르면, (그 불려진 도는) 항상 그러한 도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름을 이름이라고 부르면, (그 불려진 이름은) 항상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  누군가 "김보성!"하고 부르면, 나는 얼른 "네"하고 대답한다.

항상 그러한 내 이름을 누군가 불렀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모든 것에 이름을 부여하고, 그 이름으로 대상을 바라본다. 이름은 곧 그 `존재 그 자체`가 된다. 누구나 부르는 내 이름 외에도 `부모`, `자식`, `아들`, `딸`, `오빠`, `언니`, `동생`으로 불리기도 하고, `친구`, `선생`, `제자`이기도 하며, 사회에서는 `사장`, `대표`, `과장`, `부장`, `대리`등의 직책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하니, 얼마나 많은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는 걸까.  노자 1장을 마치고, 고전강독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에게 숙제를 한번 내어 봤다. 이것은 수강생들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해당되는 숙제였다.

첫째, `내가 생각하는 한명의 대상을 선택해서 그에게 붙여진 이름을 모두 빼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바라보기` 그 다음은 `나라는 사람에게 붙여진 이름을 모두 빼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기`였다. 이 두 가지를 일주일 동안 해보고 다음시간에 모두 모여서 그 결과를 함께 토론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한 것이다. 그 다음 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수강생분 중의 한분이 말씀하셨다.

"저의 주제는 저의 남편이었어요. 이제까지 저는 남편, 아이아빠, 가장, 회사의 대표, 장남이자 사위와 같은 이름으로 바라봤는데, 이러한 이름을 다 빼고 보게되니 한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 보이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나는 이 사람을 내가 원하는 모습의 이름으로만 부르고 바라보면서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우리자신에게 붙여진 이름 역시 어떠할까? 나의 진정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걸까? 지금 우리는 내가 원하는 모습을 찾기 위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었일까?  내가 정말 행복할 때는 언제일까? 나는 진정으로 누구일까?

하지만 이러한 질문들 속에서 우리는 하나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나`라는 존재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수많은 이름을 부여받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이름부터 내가 선택한 이름까지 많은 이름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불리워지는` 이름에서 나를 찾으려고 하고 있지는 않을까하는 것이다. `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맹인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말인데. 코끼리를 만진 여러 명의 맹인들이 각자 코끼리에 대해 설명할 때 귀를 만진 사람과 상아를 만진 사람, 다리를 만진 사람, 꼬리를 만진 사람 등 각자 코끼리에 대해 다르게 말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맹인들이 만진 코끼리는 `귀끼리`일수도, `뿔끼리`일수도, `다리끼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한번쯤 어떤 `이름`으로도 불리지 않는 자기 자신을 마주해볼 필요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