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위협하는 고난들은 무수히 많다. 가뭄과 홍수를 비롯한 해일,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있는가 하면 경제, 정치 문제 등 사회적 고난들이 항상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당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어서 그리 다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여름철 폭염이나 겨울 폭설엔 너나없이 모두 민감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양식을 섭취하느니, 놀이로 휴식을 취한다느니 부산을 떤다. 크고 작은 국가적 고난들이 겹겹이 몰려오고 있는 현실 속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 휴가시즌이 찾아왔다. 이 휴가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후반기 삶의 실적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 휴가를 단순히 먹고 마시거나 소비적 차원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데 허비하지 않고 고난을 극복하고 생산적인 후반기 삶을 준비하는 유의미한 시간으로 되돌려놔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을 재시도하며 관계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울산지역 유명 피서지로 꼽히는 동구 주전 몽돌 해수욕장, 울주군 진하 해수욕장, 북구 강동 해변에 나가면 울산지역 대기업들의 공식 휴가지가 즐비하다.
하지만 휴양지를 찾아 무더위를 피하는 것은 자신의 고난에 응대하는 가장 낮은 수위의 방법일 뿐이다. 옛 우리 선조들은 찜통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조용히 독서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정체성을 가다듬는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를 가다듬었다. 더위는 한 순간일 뿐 이에 맞서는 것은 인간이 가진 정신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휴가 기간 독서 활동 뿐 아니라 공연예술, 전시예술의 현장을 통해 예술적 감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것도 21세기 정중동 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이런 정중동 자세를 더욱 필요로 한다. 북한이 계속 발사하는 성능이 향상된 다양한 종류의 발사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아래로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제외시키는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우리의 영공을 외국 군용기가 침범하자 우리 군대가 대응 비행을 하고 사격까지 했다. 내부적으론 청년 실업, 부동산 문제, 저출산 문제, 노사갈등, 자사고 재지정과 연결된 교육문제와 대학입시 문제, 일본 수출규제 공세로 인한 친일프레임 갈등까지 무수히 많은 고난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이런 갈등의 절정에서 여름휴가를 차분히 마음을 안정시키고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꾸며보길 권한다. 잠시나마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가 여성다움, 남성다움, 부모다움, 자식다움이라 지칭되는 `다움`을 회복하기 위해 겸손하고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정파적 이익이나 당리당략적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본질을 꿰뚫는 혜안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휴가를 알뜰하고 소중하게 보낼 필요가 있다. 그런 연장선에서 최근 의학계가 항암치유법으로 `묵묵히 투병하려는 평상심`을 강조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학계는 긍정, 도전, 지속이란 세 가지 내면의 삶의 자세가 조화를 이룰 때 암 극복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 한 방편으로 올여름 휴가를 뜻있게 보내게 되면 긍정, 도전, 지속을 통한 긍정적이고 조화를 이룬 삶을 얻게 될 것이다. 나와 사물과의 관계, 나와 가족, 나와 이웃과의 관계 나아가 나의 본질적 삶의 자리를 휴가 기간을 통해 오래토록,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 권하고 싶다. 쉼을 가지며 깊이 사색해보고 본질적으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늠하며 당장의 효과가 아닌 길게 보고 오래보고 얻는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 이제 우리는 어느 때보다 본질적인 자신을 찾는 일에 마음과 뜻을 기울일 시간이 되었다. 자신의 존재적 가치와 바람직한 삶의 자기 자리를 고난 속에서 지치지 않고 돌아보고 깊이 자세히 찾아보는 삶은 단순한 시간의 소비가 아닌 생명작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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