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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마음 완전히 비워야…대왕암 공원 케이블카 반드시 완공"
정천석 동구청장 취임 1주년 인터뷰
일산 해변 소나무 심은 것 자부심…"숲이 언젠가 대박 터트릴 것"
동구 해양자원 관광산업, 대기업 의존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
 
정종식 기자   기사입력  2019/06/30 [16:59]
▲ 정천석 동구청장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가운데 이런 대목이 나온다. 어느 날 코비가 뉴욕의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같은 칸에 탄 아이들이 시끄럽게 돌아다니며 버릇없이 구는 아이들을 보게 됐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는 공중도덕에는 전혀 마음을 쓰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감고만 있었다. 참다못한 코비가 그 남자에게 "아이들을 좀 어떻게 해 보라"고 말하자 그제 서야 남자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코비를 쳐다보며 힘없이 이렇게 말했다.


"정말 미안합니다.하지만, 저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 시간 전에 저 아이들의 엄마가 수술실에서 사망했거든요. 그래서"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자, 코비에게 그 남자와 아이들은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교양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던 그 남자가 이제 아내에 대한 애정이 깊은 남편으로 보였으며, 지금까지 버릇없고 막돼먹은 것으로 보였던 아이들은 엄마를 잃은 가엾은 천사로 보이게 되었다.


지난 1년 동안 울산 동구만큼 격변기를 겪은 지자체도 드물다. 앞서 현대중공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한 여파로 노사 간 격돌이 끊임없이 이어진데다 지난해 7월엔 회사가 4개로 쪼개졌다. 거기다 지난 5월 말에는 현대중공업이 다시 신설 `한국조선해양`을 만들고 이를 서울로 옮기기로 했다. 도시 전체가 들고 일어나 "본사를 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사코 말렸지만 헛수고였다.


그러는 동안 일자리를 잃은 지역주민들은 시시때때로 구청을 찾아와 실직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하는 가하면 술에 취해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업에다 욕설을 퍼붓고 따져봤자 그 쪽은 꿈쩍도 하지 않으니 대신 화풀이 대상으로 구청장을 꼽았던 셈이다.


그렇게 `지독한 1년`을 어떻게 버텼느냐고 묻자 정천석 동구청장은 앞의 스티븐 코비 이야기를 예로 들며 "인내심으론 안 된다. 구청장은 완전히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했다.


인내심을 가진다는 것은 이미 감정을 자제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제대로 통제를 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밖으로 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역지사지(易地思之)에서만 상대를 대하는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한다. 정 구청장은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상대방을 대하면 이해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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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사람이 `구청장 나오라`고 소리 지르는데 그게 가능한 가

"그 사람은 구청장이라는 벽 때문에 찾아오기 전 며칠 동안 여러 가지 궁리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 들만큼 달변가도 아니고 지식도 갖추지 못했다면 결국 알코올 힘을 빌려 덤벼들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 사람의 입장에서 나를 봐야 상대방을 이해 할 수 있다. 서민ㆍ대중들은 관청이나 공직자에 대해 뭔가 경외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사람과 똑 같은 입장에서 말을 주고받으면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한마디로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구청장은 완전히 마음을 비우고 상대를 바라봐야 한다."


-구청장실이 항상 개방돼 있다는데
"그렇잖아도 그 속에 뭐가 있을까 궁금해 하는데 문을 닫아 걸어두면 더 이상하고 벽을 느낄 것이다. 막상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는데 그렇게 생각한다. 또 구청장이 방안에서 숙덕거릴 시간이 어디 있나. 비워 놓고 나가면 거기서 다른 사람들이 민원인과 만날 수도 있다. 구청장은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


구청장 부속실 요원들은 가끔 술에 취한 민원인들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일단 청장실 안으로 들어오게 하면 갑자기 점잖아지고 말수가 적어진다고 한다. 구청장실에 들어와 상담하는 것 자체에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년간 자신 있게 추진한 일은
"일산진 해변에 해송을 심은 것이다. 여름철 일산진 바닷가에 가면 피서객들이 쉴 만한 그늘이 전혀 없다. 인근 휴게소나 음식점에 들어가 몇 시간씩 머물 순 없는 일이다. 그늘이 있어야 사람이 몰리고 인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라도 팔릴 게 아닌가. 주전 몽돌 해변만 해도 바닷가에 소나무 밭이 조성돼 있어 피서객들이 땡볕을 피할 수 있다"


-일부에서 반대 의견도 있는데
"지금 논란이 있는 만큼 향후에 대박을 터트릴 것이다. 이전에는 소문난 음식점이 사람을 끌었지만 지금은 어느 골목, 어느 동네 식으로 공동체가 사람을 끌어 들인다. 그 때문에 거리를 꾸미고 나무를 심는 거 아닌가. 수풀이 우거진 곳에 동물들이 모여들 듯이 특히 여름철에는 숲이 우거진 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일산 바닷가 소나무 숲이 언젠가 그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동구가 억억 한다`는 말이 있다. 손만 댔다하면 수십억짜리 사업이다. 공무원들이 힘들겠다.
" 대규모 사업을 별로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처음엔 겁부터 낸다. 그러나 하다보면 나름대로 수가 생긴다. 또 쉬운 일만 할게 아니라 큼지막한 국비사업을 따내고 처리해봐야 자신감이 생긴다. 처음엔 안 될 것 같았는데 덤벼드니까 길이 생기더라" 동구는 현재 지역개발 사업비로 서부동 도시재생 뉴딜사업비 260억, 방어진 항 도시재생 사업비 110억, 동부동 공영주차장 조성사업비 50억, 주전 생활공원 조성사업비 50억 등 총 470억원을 확보해 두고 있다.


-앞으로 동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미포 국가산업단지, 즉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그리고 계열사가 동구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경제가 대기업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노동집약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구도를 바꿔가고 있기 때문에 근로임금에 의존하는 지역 경제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간격을 메울 대체 산업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해양자원을 이용한 관광산업이다"


해양자원 활용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현재 동구가 확보하거나 신청해둔 사업비는 총 229억원에 이른다. 꽃바위 바다소리길 조성사업에 100억원, 보밑항 해양연안체험 관광담지 조성 사업비 73억원, 대왕암공원 순환도로 개설 사업비 6억원, 대왕암 공원 내 출렁다리 조성 사업비 50억원 등이다.


-임기 내 반드시 완료하고 싶은 사업은
"대왕암 공원 해상 케이블카 사업과 대왕암공원 내 출렁다리 조성사업이다. 해양자원 활용 사업이 여러 가지 있지만 케이블카 설치가 동구 해양관광산업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고 본다. 출렁다리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최근 울산시가 케이블카 사업 제안을 받았다
"대명건설이란 곳이 제안서를 냈는데 일산 고늘 지구에서 대왕암 공원까지 1.26㎞ 구간에 설치하는 것으로 돼 있는 모양인데 그건 제안 내용일 뿐이다. 기업이 당장의 손익계산을 따져 제시한 것 아니겠나. 방어진 슬도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1.26㎞ 구간으론 관광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동구 축제 개편설이 있는데
"지금까지 조선해양축제가 동구의 대표축제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축제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대중공업이 지역경제에 크게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 그 자체가 동구 주민들의 전통과 정서를 대변한다고 보긴 어렵다. 그 보다는 해양에서 정체성을 찾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조선해양이 아니라 해양에 비중을 둘 예정이다"


-새로운 축제를 구상하고 있나
"동구의 정체성은 상당부분 구도심인 방어진에 있다. 일산, 남목, 주전 등도 동구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전에는 방어진이 하나의 독립된 행정단위였을 정도로 비중이 컸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축제를 통해 자신들의 뿌리를 찾고 자부심을 갖는 게 요즘 추세다. 올 가을 방어진 항 축제 개최를 생각 중이다. 다른 하나는 새해 해맞이 행사를 지역축제로 활성화 하는 것이다. 새해 첫날 전국에서 수십만명이 대왕암을 찾는데 그냥 돌려보내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은 관광자원과 기회가 어디 있겠나. 그런데 지금까지 허공에 날려 보냈다. 이 둘을 제대로 살리면 동구의 `축제 쌍벽`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방어진 슬도 인근에 해산물 축제도 구상하고 있다는데
"강원도 화천 산천어 축제를 둘러보고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산천어 축제장은 낚시꾼들이 손맛을 보도록 바닥에 얼음을 조성하고 구간마다 물고기를 넣는다. 그런데 슬도 인근 육지 인접 바다는 깊이가 어린아이 무릎 정도다. 나도 처음에 깊이가 그 정도인지 몰랐다, 그곳에는 화천처럼 일부러 바닷물을 퍼 넣을 필요가 없다. 소라, 조개, 해삼, 전복 등을 바다 속에 양식해서 아이들이나 관광객들이 잠망경을 끼고 들어가 채집하기만 하면 된다. 이보다 더 좋은 해양자원 관광은 없을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구상한 뒤 들떠서 며칠 밤잠을 설쳤다"


정천석 동구청장은 인터뷰 동안 동구 경제가 현대중공업에 지나칠 정도로 의존해 왔음을 여러 번 강조했다. 지난 해 7월 취임 이후 이어진 `현대중공업 파동`에서 그런 확신이 더욱 굳어진 듯하다. "잘 나갈 때 미리 대비했어야 했는데 당장 잘 사니까 당시는 아무도 미래를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민관은 반드시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해양자원 관광산업화가 동구 주민들을 위한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구청장은 지난달 27일 폭우 속에서 동구 바다 관광자원을 설명하는 船上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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