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없다 누군가 내 무게 중심 어딘가를 부여잡고 심하게 흔들었을 게다 갈매기 저리 높이 날지 못하고 바다와 하늘 경계를 기웃거리는 것도 오랜 어깨동무조차 이빨 까부수고 웃어재끼는 걸 보면 세상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야물다던 내가 흔들리는 것일 게다 어제 종일 비가 내리고 젖은 마음 널어 말리는 백사장에 도시 여자들 하이힐 자국 깊게 꾸욱 꾹 흔적은 상처가 되고 버리고 간 낱말들이 이리저리 파도춤 추는 도대체 풀리지 않는 퍼즐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모를 흔들림 파도는 죽어라 육지로 뛰어들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바다는 어제처럼 여전히 울렁증 환자다 하늘이 해를 건져 노을로 가는 시간 그리 길지 않을 건데 나의 바다는 자꾸 흔들린다
체면치례 때문에 온갖 불편한 일들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곱씹어본다. 누가 묻지도 않는 일에 대해서도 스스로 이런저런 말들을 궁상스럽게 지어낸다. 이런 독백으로 인해 연필을 들고 어슬렁거리는 내 안의 나를 자주 만나게 된다. 무슨 말을 쓸까, 그리고 쓰여진 말들을 보면 바르게 선 글들을 찾기가 어렵다. 하고 싶은 말들을 그대로 술술 풀어낼 수 있는 날까지 고민은 이어질 것 같다. 바르게 서자고 수없이 다짐하는 나를 보아왔지만 지금도 흔들리는 자전을 느껴야 한다. 흔들리는 나를 바로 세우는 날까지 연필은 닳고 닳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