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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아래 아(ㆍ), 아직 전국에 살아있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05/15 [18:29]
▲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우리 민족의 말소리는 조상 대대로 전래되어온 유구한 것이다. 세종대왕은 그 무형의 말소리를 훈민정음으로써 유형화하였다. 형체가 있는 글자는 권력에 의해 왜곡되거나 일시적으로 삭제될 수 있어도 무형의 말소리는 민족 구성원 전체를 몰살하지 않는 한 없앨 수 없다. 훈민정음 제1번 기본 중성인 `ㆍ`는 가장 핵심 글자인데도 후손들에게 잊혀 쓰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에 해당하는 `소리`는 지금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에서 여전히 전국에서 발성되고 있다. 순경음 ㅸ 소리가 지금도 경상도 등에서 여전히 발음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날마다 `ㆍ` 발음을 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는 역사적 이유가 있다. 비록 나라에서 그 실상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세종대왕이 물려주신 훈민정음 해례본과 일제 때까지 썼던 자료들 및 각자의 발성을 근거로 하여 알아낼 수 있다. `사람`과 `사랑`, 그리고 `바람`을 발성하며 자기 입모양을 주시해보자. 


`사람`의 `사`는 입이 많이 벌어지는 반면, 그 뒤의 `람`은 앞의 `사`에 비해 입이 덜 벌어진다. 그 `람`의 `ㅏ`가 `ㆍ`이다. `사랑`의 경우는 `사람`과 반대다. 뒤의 `랑` 소리가 앞의 `사`에 비해 입이 더 크게 벌어진다. 그래서 조상들은 앞의 `사`를 `ㅏ`가 아닌 `ㆍ`로 구별하여 표기했다. `사람`이나 `사랑`과는 달리 `바람`의 경우 `바`와 `람` 둘 다 입이 덜 벌어진다. 그러니 `바람`은 두 글자 모두 `ㆍ`를 쓰는 것이 올바른 훈민정음 식 표기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서는 "ㅏ與ㆍ同而口張"이라 하여 발음 시 입의 벌어짐 정도, 즉 개구도(開口度)로써 `ㅏ`와 `ㆍ`의 차이점을 정밀하게 설명하였다.

 

구체적으로, 입 벌어짐 정도의 4단계 `개모음, 반개모음, 반폐모음, 폐모음` 중에서 `ㅏ`는 `개모음`이고, `ㆍ`는 `ㅗ`와 같은 `반폐모음`이다. 모음 발음 시 혀의 위치 정도로써 말하자면, `ㅏ`는 `중설모음`이고, `ㆍ`는 `후설모음`이다. 7단계 혀의 높낮이 정도로써 말하면, `ㅏ`는 `근저모음`이고, `ㆍ`는 `중고모음`이다. 자기 발음들을 비교 관찰하여 그 차이점에 대해 감을 잡기만 하면, 훈민정음 1번 중성 `ㆍ`와 5번 중성 `ㅏ`를 구별하여 표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세종대왕이 `위→하늘`을 뜻하는 `ㆍ`가 들어있는 `天(천)`의 고전에서 취한 `ㆍ`자는 창제 이후 지금까지 3대 수난을 당해 왔다. 첫 번째는 조선 중종 때 최세진이 `훈몽자회`(1527)에서 `ㆍ`의 모음 서열을 맨 위에서 가장 아래로 강등시켜버린 일이다. 그 후 사람들은 `대한문전`(1909)부터 지금까지 최세진을 섭정으로 모시고 `ㆍ`를 `아래아`로 부르고 있다.

 

두 번째 수난은 일제 치하 시 조선총독부에 의해 1912년 4월부터 `ㆍ`자가 폐지된 일이다. 조선총독부는 공권력으로써 `ㆍ`와 연계된 모음인 `ㆎ` 자도 함께 쓰지 못하도록 대못을 박았다. 1904년 8월 9일자 `대한매일신보` 제하를 보면 오늘날과 달리 `매(每)`를 `ㅁㆎ`로 썼다. ㅏ와 ㆍ의 차이가 입의 벌어지는 정도에 있음을 알면, ㅐ와 ㆎ의 차이도 저절로 알 수 있다. `대(大)`는 입을 크게 벌려 발음하고, `ㅁㆎ(每)`는 그보다 입을 작게 벌린다.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영국인 베델(Bethell)은 자기 이름을 훈민정음을 섞어 `ㅂㆎ說`이라고 썼다. `ㆎ`자가 복원되어야, ①ㆎ→[e], ②ㅔ→[ε], ③ㅐ→[æ]의 관계가 명료해져 세 유사모음들의 외국어 표기 체계 등이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수난은 지금 우리들에 의한 핍박이다. 본 기사에서도 입증되듯 현용 키보드에서는 `ㆍ`와 `ㆎ`가 포함된 글자들을 칠 수 없다.

 

일제가 그런 만행을 저질렀더라도 광복하자마자 복원했어야 마땅한 일인데 아직까지도 복원치 않고 있으니, 지금은 우리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 `ㆍ`는 이 세상에 태어난 유형의 생명체로서, 겉으로만 세종대왕을 위하고 실제로는 조선총독부의 `언문철자법`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는 우리에게 매우 서운해 할 것이다. 훈민정음의 핵심인 하늘 `ㆍ`를 복원치 않고서는 민족정기의 복원과 세계화는 헛구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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