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보면 처음 계획한 뜻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뜻과는 전혀 반대되는 결과를 맞기도 한다. 처음 계획한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가 하는 것은 사람마다 처해진 상황에 따라 다르다. `플랜 B`의 뜻을 찾아보면 경제용어로 나온다.
처음 계획한 바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제위기 상황의 예비처방이다. 다른 말로 하면 차선책이다. 예를 들면 봄을 맞아 벚꽃 축제를 준비했는데 예년보다 며칠 이른 개화에 지자체마다 비상이 걸렸다. 경주는 축제일정을 이틀 앞당겨 연다고 한다. 군사적인 입장에서도 `플랜 B`의 규칙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맞섰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적국 일본에서조차 숭앙받는 군사전문가였다. 장군은 전략적인 측면에서 가장 완벽한 작전을 짜기 위해 온갖 방법을 구상하고 결국 가장 좋은 결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것의 실현방법을 위해 수많은 훈련을 치른 뒤에 전투에 임했기에 기적 같은 결과를 낳았다.
지난달 말 2차 북미정상이 결렬된 가장 큰 원인은 김정은의 오판이었다. 미국은 갖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했고, 마지막에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존 볼턴을 등장시켜 압박했다. 북한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하며 결국 마지막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회담은 두 동강난 돌판처럼 깨지고 말았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사전 동선을 노출하지 않던 전례를 깨고 노동신문과 방송에 대대적인 선전을 했다.
베트남 하노이 회담 장소까지 며칠이나 걸리는 긴 여정에 전용열차를 타고 갔으니 김정은으로서 판이 깨진다는 생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상대의 수를 다 읽지 못한 것뿐만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에 한 방에 나가 떨이지고 말았다. 예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회담이 결렬되는 30분 전에도 잠시잠깐 뒷일을 예상하지 못하고 허둥댔다. 여기서 보듯 우리는 때로 지나친 확신과 낙관은 모든 것을 망치고 만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촛불혁명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사람들은 열렬히 환호했지만 지금은 많은 부분에서 국민들의 지지가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결과는 이 정부의 지나친 낙관론에 기인한다. 자신감 넘치는 정책들이 탄탄대로에 자동차가 질주하듯 거침없이 펼쳐졌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날개를 대한민국 경제에 장착하면 신천지가 열리는 듯 파격적인 행보였지만 현장에서는 곳곳의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풍선을 누르면 다른 곳으로 바람이 쏠리게 마련인데 정부주도의 최저임금 같은 경제정책은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자영업자의 위기를 불러왔다. 주 52주 근무시간 같은 경우에는 사업주가 근무시간을 앞당겨 문을 닫아버려 근로자의 입장에서 일할 시간이 줄어 도리어 전보다 더 적은 임금을 가져가야 한다. 물가도 가파르게 올라 식당 같은 곳에서 밥을 사먹기가 겁날 정도이다. 이런 현실을 언론이 올곧게 전하면 도리어 반대 입장을 발표하는 성명서만 남발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석유부국이었다가 포퓰리즘(populism) 정책으로 불과 수십 년 만에 경제대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유럽연합에서 이탈하는 브렉시트 정책의 혼란으로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는 영국을 보면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한다. 가장 좋은 정책은 `플랜 B`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신의 한수가 아닌 다음에야 차선책도 필요하고 그 나머지 다른 정책도 다양하게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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