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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건의 새로운 판단기준에 대해
기사입력  2019/02/10 [15:52]   이동훈 법무법인 더정성 변호사
▲ 이동훈 법무법인 더정성 변호사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2심에서 유죄의 판결을 받고 법정구속이 되면서 지난해 4월 성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언급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2심 재판부의 깊은 고려가 한 몫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희정 전지사의 2심 재판부는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는 성차별, 양성평등 등 `성인지 감수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가해자 중심의 인식 구조로 인해 피해자가 진실을 알리고 문제로 삼는 과정에서 여론의 불이익과 신원 노출 피해를 입기도 했는데 피해자의 진술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논리적 경험에 기반한 판단이 아니라는 게 법원의 입장"이라고 판결문에서 언급했다. 반면 피해자가 안 지사에게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미용실에 간 것 등에 대해 안 지사 측은 "성범죄 일반 피해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편협한 관점", "성범죄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특정 반응만을 정상적인 태도라 보는 것은 편협한 관점에 기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은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성별 간의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차별과 유ㆍ불리함 또는 불균형을 인지하는 것을 말하며, 특히 지난해 4월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하고,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여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측면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설명하였고, 위 대법원 판례 이후 26건의 판결에서 언급되었습니다.


하지만 속칭 성폭력 사건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판단 기준으로 내세운 최근의 법원의 판단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첫째로, 무죄추정의 원칙의 훼손 우려가 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의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피해자의 행동을 바탕으로 피해자를 규정해서는 안되고, 그 행동을 근거로 피해자의 진술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것인데, 문제는 피고인측이 합리적인 정황증거를 내어 놓더라도(성폭력 사건의 대부분은 자신의 무혐의 혹은 무죄를 입증할 물증이 없는 것이 대다수입니다.), 피해자가 (거짓이어도) 일관되게 주장하고 진술하면 가해자가 유죄로 판단 받을 상황이 일어나니, 실질적으로 형사법상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이 훼손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둘째, `기억의 불완전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1980~1990년대에 여러 가지 심리적 질환을 치료받기 위해 심리치료사를 찾아갔던 여성들이 심리치료를 받던 중에 어린 시절 부모나 친척에게 당한 성추행 기억을 되찾았다며 부모나 친척을 허위 고발해 수많은 가정을 풍비박산 낸 예가 많았고, 대부분의 경우 항소심에서나마 무죄가 밝혀졌지만 이미 가정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습니다. 인간의 기억에는 종종 오류가 있기 마련이고, 심지어는 최면이나 세뇌 등에 의해 감정과 기억을 변형하는 것도 가능한 바, 위 사례를 고려할 경우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판단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감수성`이라는 주관적이고 가변적인 기준에 따라 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합리적 이성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법의 본질에 반할뿐더러 피의자 보호 및 법적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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