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나 사물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반대의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으로 널리 알려진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그리 오래 쓰여 왔던 것은 아니다. 중국의 마오쩌둥이 공산당 간부들 앞에서 처음 사용하여 `모택동 어록`에 기록돼 있는 말이다. 마오쩌둥이 자신의 정책에 반하는 파벌을 견제하고 수정자본주의자들의 폐해를 공격하기 위해 이 말을 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에 차용하여 지금도 많이 쓰고 있다.
비슷한 의미의 말도 더러 있다. 공자의 ‘무례한 사람의 행위는 내 행실을 바로 잡게 해주는 스승이다.’ 라는 말씀 같은. 물론 공자 말씀 속의 무례한 사람이 마오쩌뚱이 말하는 반동파와 같지는 않아서 공자님은 타산지석 개념으로 말씀하신 것을 안다. ‘반면교사(反面敎師)’는 타산지석(他山之石)과 동일한 결과를 요구하지만 모티브에 비윤리적이고 직설적이며 반인간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말이다.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이니 모택동과 공산당이 말한 '반면교사(反面敎師)'는 우리의 시선과 그 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세상사는 지혜로 이만한 경구가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때로는 교훈을 때로는 한탄을 실어 나르고, 관용어로 쉽게 자리 잡은 것이라고 본다. 살면서 잘난 사람이나 잘 된 일 못지않게, 못난 사람 또는 정말 아닌 일이 주는 깨달음이 얼마나 많은가. ‘저건 아니야’ 하며 정신 차렸던 일이 우리의 삶 주변에 좀 많았던가 말이다.
필자 역시 반면교사(反面敎師)를 심신 수양의 다른 말로 생각하고 나름 실천해 왔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런 말이 더 절실하게 와 닿는다. 작가 칼릴 지브란의 말이다.
‘수다쟁이로부터 침묵을, 편협한 이로부터 관용을, 불친절한 이로부터 친절을 배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스승들에게 고맙지 않다.’
개인의 여러 가지 악행은 단연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겠지만 사회적 악행과 범죄행위들을 보고 그것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기에는 국가의 역사가 부끄러워진다. 이미 악행의 역사, 반면(反面)의 역사가 되어 버린 것이니... 또한 위정자들의 무수한 실언, 실책, 무능력을 단순히 "반면교사"로 삼기에는 국가의 향방과 존속이 절체절명이고 국민의 안위가 위협받는다. 국가라는 배에 실린 국민이 우왕좌왕하다가 전복되는 꼴이 없으란 법 없다.
어색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반면교사(反面敎師)'에 대응해 조어된 '정면교사(正面敎師)'란 말이 있다. 개인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정면교사(正面敎師)'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바람직한 교사를 만나야 그들의 미래가 오도되지 않듯이 국민도 '정면교사(正面敎師)'가 될 수 있는 바람직한 위정자들을 만나야 안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을 이끌어가는 포지션에 있는 위정자들은 책임있고 양심있는 敎師가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법구경의 경구를 사족으로 달아본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듯 자기 자신이 행할 수 있다면 그는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다.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제때에 고삐를 당겨 달리는 마차를 멈추게 하듯 분노가 일어날 때 능히 제압하여 거둘 줄 아는 사람, 그를 두고 여래는 진정한 마부(馬夫)라 부르리라. 공연히 고삐만 쥐고 속절없이 말에게 끌려가지 않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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