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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가을
 
박성표 처용예술단장   기사입력  2015/09/29 [16:07]
▲박성표 처용예술단장
잘 익는 과일처럼 아주 진한 향기를 내뿜으며 가을이 깊어간다.
들녘에는 길게 늘어선 국화와 함께 온통 황금 빛 물결이 넘실거린다. 그 황금빛 위로 하루를 마감하며 한 잔의 술을 나누는 검게 탄 농부들의 얼굴에 행복 가득한 미소가 어린다. 농부들의 미소 지움은 이 가을이 만들어 낸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을이면 언제나 높고 푸른 하늘 아래 기러기 떼들이 날게 짓 하며 날아가는 모습을 뒷동산 풀잎위에서 친구들과 손을 잡고 함께 누워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그 하늘을 쳐다보며 두 손 모아 원하던 소망들을 날려 보내던 친구들의 철없던 모습들도 아주 많이 생각난다. 그 또한 잊지 못할 필자의 어린 추억 가운데 일부다. 그들 중 몇몇은 안 본지 오랜 세월이 지났다. 시간은 그렇게 사람들을 갈라놓는다.

옛 가을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필자에겐 향수의 일부다. 초등학교(국민 학교)시절이었다. 학교를 파한 뒤 집으로 돌아  오는데 아침까지 황금빛으로 물들었던 논두렁이 온통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지만 그때는 너무나 무섭고 당황스러워 신고 있었던 고무신을 벗어 도랑에 고여 있던 물을 퍼 와서 불을 껐던 기억이 난다. 한 나절 동안 벼를 베고 남은 볏짚을 불태우는 일이 당시엔 흔했다. 그런데 논에 불이 난 걸로 착각하고 그 난리를 피웠으니 얼마나 순진한 아이들이었는가. 그 모습을 바라보시던 어머니께서 웃음 지으시며 우리가 대견스러운 듯 머리를 만져주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금 그 가을이 또 다시 우리들을 찾아왔지만 그때의 어머니는 가을 들녘 대신 저 하늘위에서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계신다. 나는 그 시절 가을밤에 어머니의 방 창문 틈새로 어머니에 대한 나의 마음을 적은 편지를 날려 보낸 적이 있다.
 
 “사랑하는 어머니!
귀뚜라미 슬피 우는 이 가을밤에 저는 어머니의 고요한 미소를 가슴에 품고 잠을 청하겠습니다.
어머니가 계심에 행복하고 어머니가 계심에 두렵지 않고 어머니가 계심에 슬프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계심에 예절을 베웠고 어머니가 계심에 ‘효’를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저 하늘의 별이 떨어지고 저 하늘의 달이 떨어져도 결코 어머니의 고우신 얼굴과 인자로우신 마음씨를 언제나 저희 곁에 함께 하여 주십시오.

사랑하는 어머니!
언제까지나 저희의 효도를 받으시고 언제까지나 강하신 어머니의 모습으로 아주 오랫동안 저희와 함께 하여 주십시오.

사랑하는 어머니!
진정으로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그렇게 사랑했던 나의 어머니는 2006년 1월 하늘로 떠나셨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우리들의 곁에서 계실 줄 알았던 어머니는 떠나셨지만 가을은 또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그리운 어머니의 고우신 모습과 함께.

이 가을은 우리 모두 너무나 그리운 어머니의 이름을 아주 크게 불러보게 한다. 우리도 언젠가는 어머니의 품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어머니와 함께 했던 옛 가을의 추억이 오늘밤 더욱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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