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계열사의 연쇄파업으로 울산경제에 빨간불 커진 가운데 현대중공업노조가 20년 만에 파업수순을 밟고 있어 사실상 파업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0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찬반투표 무기한 연장 방침을 철회하고 오는 22일 오후 5시까지 찬반투표를 실시한 뒤 곧바로 개표에 들어간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22일 투표결과에 현장조합원들의 최종 의사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 실제로 파업에 돌입할 것인지 여부에 노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1만 8000여명의 전체 조합원의 과반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최근 현장근로자들의 불만이 팽배해 개표결과에서도 파업이 가결될 것으로 예단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그동안 40여 차례에 걸쳐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했으나 첨예한 이견차로 그동안 단 1건의 조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등 사측이 납득할 만한 제시안을 내놓지 못해 노사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노조는 21일부터 현장교섭위원 수련회를 열어 오는 27일 이전에 교섭이 재개될 수 있도록 교섭일정 조율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이번 현대중공업 노조의 교섭 재개 결정은 지난 16일 김환구 신임 안전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과의 만남에서 사측이 노동조합의 자율성을 방해한 부분에 대해 사과를 했고 공문을 통해 유감을 표명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회사가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투표 마감시한을 무기한 연장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환율악재와 저가수조에다 설상가상으로 조선업종 불황으로 경영실적이 창사 이래 최악을 기록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임원진에 대한 일괄사표와 경영진의 대대적인 물갈이에 들어갔다.
 
이처럼 경영위기 직면한 현대중공업에 파업의 전운이 감돌자 권오갑 신임 현대중공업 사장이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울산 본사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파업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성과금 250%+추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3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생산성 향상 격려금 300만원, 경영목표 달성 격려금 200만원 지급 등을 제안한 상태다.
 
올 상반기에만 1조2926억원의 영업적자를 내 1973년 창사 이래 현대중공업의 경영상태는 최악이다. 여기에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노조가 파업을 예고,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골리앗 크레인 점거투쟁 등 대투쟁의 상징되는 강성노조였지만 지난 1995년부터 무분규 전통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