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가 터지도록 걸어왔을 것이다
한 때는 정신없이 뛰기도 했을 것이다
한 짝은 보이지 않는다
쇠푼이나 주고 산 것이라고 상표가 증명하고 있다
짝과 함께 한 몸이 되어 주인이 끄는 대로
끌려 다녔을 신발
어느 부잣집 막내아들이 미련 없이 버린 것인지
어떤 제비의 명품세트 중 하나인지 모른다
지나온 길 다 버리고 쓰레기장에서 묵묵한
속창아리까지 보여주고 있는
신발 한 짝
알고 있다 생이 끝났다는 것도
발바닥 부르트도록 찍었던 길 다 지워졌다는 것도
<시작노트>
신발은 걷기 위해서 존재한다. 운동 차원에서의`걷기`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는 방편으로서의 걷기, 현대의 속도로 부터 벗어나기 위한 걷기, 몸에 베푸는 혜택으로서의 걷기를 의미한다. 그래서 걷기 예찬은 삶의 예찬이고 생명의 예찬이며 동시에 인식의 예찬이라 할 수 있다. 키에르 케고르Kierkegaard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나는 걸으면서 내 가장 풍요로운 생각들을 얻게 되었다. 걸으면서뽷쫓아 버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생각이란 하나도 없다`라고 썼고 루소Rousseau는 `걷기는 고독한 것이며, 자유의 경험, 관찰과 몽상의 무한한 원천, 뜻하지 않는 만남과 예기치 않은 놀라움이 가득 찬 길을 행복하게 즐기는 행위`라고 했다. 신발은 한 짝이 아닌 두 짝일 때만 신발이다. 아무리 비싼 신발도 한 짝만 남으면 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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