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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력] 김단
 
울산광역매일   기사입력  2025/01/1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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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떤 부분에서든 결핍을 경험합니다.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마치 소설처럼 시작하지만 저자가 어떻게 이런 책을 쓰게 되었는지 독자를 충분히 설득시키는 스토리가 인상적입니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매우 전략적이고 통찰력있게 서술합니다. 인지 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가 극찬을 한 책답게 인간 심리와 관계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해법을 제시합니다. 관계에서 시작해서 관계로 끝이 나는 삶 속에서 저자는 어린시절부터 겪어온 극심한 결핍에서 책을 쓰는 것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해서 지금까지 책을 읽고 쓰고 있다고 합니다. 

 

흔히 어른들이 가정환경을 보는 이유에 대해 나이가 어릴때는 편견이라고 치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인간 심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자가 책의 초반부에 기록한대로 자연스러운 성장의 배경과 환경 속에 특별한 깨달음이 없다면 당연히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심리적 환경 조성이 그 개인의 평생을 따라다니는 인간관계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에서 예시로 든 피아니스트의 전설에 등장하는 영화속 인물 헌드레드는 배에서 태어난 아이입니다. 호화 유람선에서 태어나 평생을 배에서만 지내던 그는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으로 흔들리는 배 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전설적인 피아노 실력을 뽐내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드디어 육지로 나가려 했을때 육지의 평온함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배로 돌아옵니다. 태생이 흔들리는 배 위가 기본세팅이었던 그의 세계는 너무나도 평온하고 정지되어 있는 육지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평온한 집안에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없고 그가 처음으로 발 디딜 사회 역시 안정감 있는 환경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차분하고 온건하게 세상과 타인을 대하게 된다고 합니다. 늘 인정받는 존재였기 때문에 구태여 자신을 타인에게 과시할 필요가 없고 지배하지도 지배를 받지도 않은채 타인과의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 거리에 불안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결국 부모로부터 습관화된 친절과 사회성은 권력이 되어 관계에서도 파급력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반면, 성인이 되기까지 20년동안 피아니스트의 전설처럼 불안한 토양에서 자란 사람은 분쟁하고 소란스럽고 폭력성과 적개심으로 가득한 전쟁같은 가정에서 모든 관계를 지배와 피지배의 힘의 논리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가난한 환경에서 이런 부모와 인간관계를 경험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칭찬과 인정에 갈급한 터에 우연히 성적이 좋아 자신을 인정받게 되면 그 성적과 경쟁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게 됩니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흔히 이런 외골수 같은 성정이 되는 이유에 대해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어느 순간 '노력의 효용'이 깨지는 순간 무너지는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이들이 육신적인 욕망과 자극적인 관계에 빠져드는 이유를 설득력있게 표현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상황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환경이 사람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전략적 해법도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핍으로 가득한 과거를 바꿀 방법은 없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돌아갈 수 없고 설혹 된다고 해도 지금의 경험이 다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우선 자신이 가진 안 좋은 성격적 자질을 자각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결핍을 노력으로 극복하면 상상 이상의 큰 힘이 발휘된다고 합니다. 저자는 인간 본연의 힘은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발휘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관계력이란 누군가를 만났을때보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 있을때 발휘된다고 합니다. 

 

주 양육자가 자신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으며 자란 아이는 자극적으로 말하고 과하게 행동해야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들어줄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어느새 습관이 되어 모든 관계에서 자극적이고 과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타인에게 지배당하거나 타인을 지배하는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관계에 있어서 적절한 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것입니다. 그러나 자극적으로 말하고 과하게 행동한다는 것은 관계에 있어서 협상력을 잃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런 태도는 결국 본인의 매력을 갉아먹고 매사가 억지스럽다는 평가를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자는 관계력에서 상대방에 의존하지 않고 지배하려 하지 않는 상태가 차분함과 평정심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만약 하고자 하는 일에서 향상욕을 충족받지 못하고 있다면 자칫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우월감을 배출 통로로 활용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남보다 뛰어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돈이든, 명예든, 인기든, 관계 등등 다양한 모습이겠지만 자칫하면 파멸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자살률이 높은 이유를 곰곰히 생각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자살하는 사람들은 우월감을 느끼려 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만 정신의학적으로 본다면 그들조차 우월성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인에 비해 그 욕구가 더 두드러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신을 파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타인에게 그 파괴본능이 향하기도 합니다. 연쇄살인범도 이런 우월성을 추구하다가 공격성과 지배욕, 과시욕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갈등의 본질이 향상욕의 충돌이라는 대목에서는 수많은 갈등의 근본적인 이유가 향상욕에 있다는 사실은 놀랍습니다. 향상욕을 충족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인정만해줘도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향상욕과 정체성은 강하게 결부되어 있다보니 갈등의 당사자들은 이 사실을 모른채 자신이 옳고 그른 것에만 초점을 맞춰 서로를 비난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에서 패거리를 만들어서 자기 편을 많이 확보하려는 사람들의 심리에도 이 향상성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친절함으로 그들의 공격성에서 도망치라고 조언합니다. 자격 있는 소수와 깊은 유대감을 갖는 것이 나 자신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도 말합니다. 이 부분의 해법으로 관계력 순환 고리를 참고해서 부정적 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연습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열등한 사회성을 지우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인사하기, 호기심과 호응, 유사성 도출, 고민 들어주기, 지지하기는 관계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단계별 방법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나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관계는 좋아지지 못합니다. 내가 지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어찌되었든 관계가 좋지 못하면 가장 힘든 것은 나자신이 될 것이 때문이죠. 그외 질문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기법 중에 더블 바인드 기법처럼 이중으로 상대의 거절을 봉쇄할 수 있는 센스있는 대화법을 익히는 것 역시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관계력에 대한 조언으로 마지막에 서술된 부분은 찬찬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에 기술된 내용은 전략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고 그 해법과 전략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원칙을 알고 방법을 알았다고 해서 반드시 내가 적용해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내 안의 진짜 힘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 힘이 무엇일까요? 조용히 묵상하면서 이 책의 내용을 곱씹어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2025년 1월 15일 오늘의 책 : [관계력] 김단 (문헌정보팀 WE) | 작성자 문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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