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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었다] 김세휘
 
울산광역매일   기사입력  2024/12/31 [09:19]

https://namu.wiki/w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누구든 맘만 먹으면 다른 사람의 인생을 깊숙히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도 다른 사람의 일상을 훔쳐보는 '관음증'을 다룬 영화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인 부동산 실장의 경우는 고객이 집을 팔기 위해 맡긴 열쇠를 가지고 남의 집에 들어가 다른 사람의 삶을 훔쳐보는 이상한 취미를 갖고 있었고 이 취미로 인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이자 SNS를 통해 일반인이지만 스타가 되어 돈을 벌고자 하는 인플루언서인 여자의 진짜 삶이 들통나게 됩니다. 영화는 남의 관심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과 남의 삶을 훔쳐보는 사람 둘을 등장시켜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낸 비뚤어진 애정과 집착을 그리며 진짜 삶이 아닌 가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고발합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유난히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 장의 사진만으로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과시하거나 남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갖곤 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보듯이 SNS 속 사람들의 삶이 모두 아름다운 사진과 글처럼 진짜 행복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명품 가방을 들고 디저트를 먹는 여유있는 사진을 찍어 공유하면 보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경제적 여유와 삶의 여유를 가진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 영화에서처럼 명품 가방은 잠깐 자리를 비운 옆자리 사람이 두고간 가방일 수 있고, 멋진 차는 그저 내 앞에 주차된 누군가의 차일 수도 있습니다. 설혹 그 사진속 물건의 주인이 나라고 할지라도  찰나의 정지된 사진 한장으로 행복을 과시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속사람도 그러한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인 여자는 남의 삶을 훔쳐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삶은 돈때문에 자신의 친동생을 팔아먹을 정도로 파렴치합니다. SNS에서는 길냥이와 주인없는 동물들을 돌봐주는 천사처럼 포장되었지만 실제로는 카메라에 담긴 후에는 동물들을 죽여 암매장을 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나중에는 자신의 정체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옛동료를 죽여 똑같이 암매장할 정도로 악마같은 짓을 서슴치 않습니다. 이렇게 남의 삶을 도둑질해 대중을 속여 만든 환상으로 기부금을받아 살아가던 여자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남의 삶을 훔쳐보는 관음증을 통해 발각이 됩니다. 남의 삶을 훔치거나 남의 삶을 훔쳐보는 것은 다르게 보이지만 진짜가 아닌 가짜라는 점에서 같고 둘다 나의 것이 아닌 것을 훔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훔쳐보던 남자는 150일이 넘게 이 여자를 관찰합니다. 좋은 말로 관찰이지 사실상 관음증에 빠져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스스로 고백했듯이 어느 순간부터는 죄책감이 사라지고 자신이 신처럼 느껴지는 쾌감에 빠져 세면대를 고치거나 장판을 수리하는 등 작지만 티가 나지 않은 선행까지 하면서 우월감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의 주인공이고 우리가 익히 아는 배우가 이 역을 하기 때문에 관객들도 속을 수 있지만 남자가 한 행동은 마지막에 형사가 말한 것처럼 분명한 스토킹, 범죄입니다. 남자는 훔쳐보다가 자신의 죽음까지 위장한 여자에 의해 함정에 빠지고 살인 누명을 쓰게 되지만 역시 자신의 장기를 활용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합니다. 모범수로 가석방까지 받은 그는 죄값을 치르고 모든 것이 해결된 가뿐한 마음으로 형사를 찾아가지만 형사의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죄값을 다 치른것 같지만 이제부터 시작이고 스스로 자기 인생에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깁니다. 

 

감독은 이 마지막 장면을 통해 지금까지 자신의 죽음까지 위장하며 많은 사람을 속이고 죽인 여자를 악당이라고 생각해온 관객들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어느 순간 응원하게 된 남자 주인공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남자는 자신이 쌓아온 투자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번 무너진 평판은 모든 것이 순식간에 확산되고 전파되는 인터넷 디지털 시대에는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자신의 무죄가 증명되었다 하더라도 대중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입니다. 한순간의 호기심으로 남의 인생을 훔쳐봤지만 그 범죄의 영향은 이 사람의 남은 인생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게 된다는 경고를 날립니다. 인터넷, 디지털 시대 개인정보가 보호되어야 하고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되는 것이 모든 사람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기본전제라는 점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함부로 남의 말을 해서도 안되고 함부로 남을 평가해서도 안됩니다. 아무리 관음증으로 남의 사새활을 들여다봐도 남자는 여자의 진짜 모습을 알지 못했듯이 관찰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적인 존재인 인간은 그 속사람, 보이지 않은 영적 상태에 의해 운명이 좌우됩니다. 그 영적 상태는 CCTV로는 도저히 알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출처] 2024년 12월 31일 오늘의 영화 : [그녀가 죽었다] 김세휘 (문헌정보팀 WE) | 작성자 문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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