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의 오해와 진실
유방암은 진행 속도가 느리고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이어서 조기에 발견하면 10명 중 9명은 5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불안감과 잘못 알려진 정보들은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오히려 암의 조기 발견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유방암 관련 상식을 알고 대비하자.
1. 유방암은 여성만 걸리는 암이다?
남성에게도 유선 조직이 있기 때문에 유방암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남성 유방암의 빈도는 여성 유방암에 비해 1%도 되지 않는다.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유방암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고, 예후도 여성 유방암보다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2.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연관이 있다. 즉,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임신하거나 모유수유를 하면 그 기간 만큼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덜 받게 되므로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은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과 비교했을 때 유방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3. 속옷(브래지어)을 오래 착용하면 유방암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브래지어 착용 여부와 유방암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신뢰할 만한 연구는 없다. 속옷을 착용하면 림프 흐름을 방해하여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를 뒷 받침 할 만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4. 한쪽에 유방암이 발견됐을 경우, 반대쪽도 예방적으로 절제하는 것이 좋다?
한쪽 유방에 유방암이 발생한 환자는 반대쪽 유방에도 유방암이 발생할 위험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어 예방적 절제술을 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반대쪽 유방의 예방적 절제술로 인한 명확한 생존율 향상은 보고되지 않았다. 실제로 반대쪽 유방에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은 매년 0.4~0.5% 정도로 보고되고 있고, 전신적 보조요법의 발달로 그 확률은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유방을 절제해도 낮은 확률이지만 재발할 가능성은 남아있기 때문에 반대쪽 유방의 예방적 절제술이 암 재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5. 가슴성형수술을 하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의료용 실리콘과 유방암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서 실리콘을 삽입한 여성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오히려 낮게 보고되어 의료용 실리콘이 유방암 위험도를 높이는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보다 유방확대술을 받은 여성들은 유방암 검진을 꺼리거나 수술 이후 오랫동안 유방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유방촬영술을 시행할 때 보형물이 터지거나 변형될까 봐 걱정되어 암검진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보형물이 있어도 유방촬영술, 유방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으므로 정기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 임신 중 유방암이 발견되면 치료를 미뤄야 한다?
임신 중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는 일부 제한이 있기는 하나, 일반 유방암의 표준 치료와 최대한 똑같은 원칙 아래 조율되어야 한다. 다만 태아에 대한 부작용의 영향 때문에 몇몇 치료 방침이 제한되거나 수정될 수 있다. 임신 중 유방암의 마취와 수술은 적절한 태아 감시가 이루어지고 혈전 예방에 주의한다면 대체적으로 안전하다. 항암화학요법은 임신 2~3기에는 비록 조산아 출산위험을 높이기는 하나, 기형 형성, 유산, 출산 후 단기간 건강 문제에서는 위험도가 높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7. 콩으로 만든 식품이나 유제품을 먹으면 유방암 위험이 높아진다?
콩류에 다량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식물성 에스트로겐 중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구조이므로 유방의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하여 종양의 증식 위험을 높일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연구에서는 이소플라본이 유방암 예후와 상관없거나 심지어 유방암 예후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아직까지 명확한 연구 결과가 없는 상태이므로, 특별히 유방암 생존자들이 콩류 섭취를 제한할 필요성은 없다.
글 권진아 울산대학교병원 외과 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2024년 건강소식 9월호에서 발췌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울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