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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곡선처럼 살기
 
박서운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24/05/01 [16:47]

▲ 박서운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 울산광역매일

 시원하게 뻥 뚤린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 언제부터인가 곧고 빠른 길은 우리의 소망이고 염원이었다. 그래서 경부고속도로는 경제부흥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이후의 고도 경제성장의 마중물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원초적 기억 속에 있는 ‘길’은 구불구불하고 산굽이를 돌면서 이어지는 가늘고 때로 희미한 오솔길로 회상되곤 한다. 그동안 본향과도 같은 그 기억들은 잊어버리기도 하고 또 애써 내다 버린 것들도 많다. 현대화된 삶을 살아가는데 거추장스러운 것들로 지목되고 촌스러운 것으로 누명을 쓴 채로 사라져 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으련가. 

 

 요즘의 길들은 직선화를 추구한다. 다리를 놓고 터널을 뚫어서라도 거리를 최소화시킨다. 직선은 두 점 사이를 연결하는 최단 거리다. 직선 위에서 방향은 정방향과 그 반대 방향만 존재한다. 그 위에 올려놓으면 오로지 한 방향으로 있는 힘을 다해 쏜살같이 내달려야만 한다. 직선 구조에서는 필연적으로 경쟁이 유발될 수 밖에 없다. 주변을 돌아보고 형세를 판단할 겨를도 없다. 여유있고 관조적인 삶은 사치가 되고 만다. 개인적인 선호가 아니라 사회 구조가 그렇게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본시 자연에는 직선이란 것이 없다. 직선은 모두 인위적 요소이며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의 형상은 곡선이기 마련이다. 반듯한 직선처럼 보이는 수평선이나 지평선도 완만한 곡선의 한 부분인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곡선은 부드럽다. 직선과 같은 날카로움이 없고 어느 방향으로든지 향할 수 있다. 곡선은 두 팔 벌려 그 안에 다른 것을 품을 수 있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되새겨 보자.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뜻으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는 데 뛰어나지만 서로 다투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여기에 덧붙여 물은 결코 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굽이굽이 모든 것을 얼싸안으며 흐른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물은 또한 본연의 성질대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면서 막히면 돌아가고 기꺼이 낮은 곳에 머무는 덕목을 가지고 있다. 노자는 또 말한다. ‘부드럽고 힘없는 것이 굳세고 힘센 것을 이긴다’(柔弱勝剛强) 

 

 우리 사회가 너무 경쟁적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심성을 다치고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이다. 1인 가구수가 천만에 육박한다고 한다. 노인 인구 중 상당수가 아직 직업생활을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 빈곤층에 처해 있다. 조금씩만 양보하고 다른 사람에게 길을 내주고 양보하면 서로 잘 살 수 있음에도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바라는 것은 헛된 구호에 지나치게 되고 도덕률만 강조하는 이상주의로 내몰릴 수 있다. TV 프로그램인 ‘자연인’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분들은 소모적 경쟁에서 낙오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용기 있는 분들일 수 있다. 

 

 직선의 세계는 끝이 없는 무한대의 세상이다. 도무지 종착역도 없고 오로지 무한대의 앞만 보일 뿐이다. 물은 위에서 흘러내려 아래로 흐르면서 아주 낮은 곳까지 이르게 되는데, 강과 바다가 온갖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자기를 낮게 하는 것이 곧 모든 것을 모으는 방법이 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름없는 필부로부터 대통령까지 모두 상선약수의 경구를 새기며 살아감으로 우리의 삶이 의미를 찾게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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