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랑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포장마차 안에서 딸아이가 아빠를 바라보며 오뎅 한 입 베어 물고 웃고 아빠는 오뎅국물을 후후 불고 있는 것이다
때 절은 작업복 아랫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천원자리 한 장 펴들던 마디 굵은 손 딸아이의 털모자를 고쳐 씌워준다 그 눈빛 우리 딸, 참으로 곱다 곱다하면서
아빠가 딸아이를 앞세우고 서둘러 집을 향하면 세상에서 가장 미더운 아빠와 세상에서 가장 예쁜 딸 사이 어느 덧 따뜻해진 저녁 무렵
저녁이라는 말은 듣는 것만으로도 평화롭다. 시골의 저녁 무렵은 어둠이 서서히 빛을 밀어내는 동안 낮이 썰물처럼 밀려나간다. 밤하늘에 수많게 뜬 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풀벌레 울음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이만한 삶을 누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도시의 복잡한 삶에서는 실질적 저녁이 사라진 지 오래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불빛들은 여전히 낮의 연장선에 있을 뿐이다. 오죽하면 `저녁이 있는 삶`을 가져야 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걸었을까? 어스름이 깔리는 마당 한편에 있는 작두샘에서 퍼 올린 물로 세수를 하고 발을 씻고 마당 가운에 펼쳐 놓은 평상에서 저녁밥을 먹었다. 평상 옆에 피워 놓은 모깃불의 매캐한 냄새도 좋았다. 그런 저녁은 세상살이의 고단함과 피곤함을 잊게 했다. 왜 우리는 낮에 죽기 살기로 일을 해도 맛있는 저녁이 없는 것이냐고 생각하는 동안 저녁은 생각의 올을 다 드러낸 것 같다. 그래도 한낮의 게으름을 털어낸 고양이가 경계의 눈빛을 지피며 담을 건너뛴다. 아침은 언제나 저녁이 되고 싶어 한다. 저녁이 없는 삶은 미래도 없다. 아무도 고독하지 않은 저녁은 저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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