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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회> 풍성한 계절에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9/10/15 [16:36]
▲ 하송 시인    

주렁주렁 열린 감 무게에 눌려 감나무 가지가 축 늘어져 있습니다. 황금 들판도 바람에 따라 신나게 리듬을 타고 있습니다. 지나가며 바라보는 나그네 시선으로도 덩달아 풍성해지는 계절입니다. 휴일 오후가 되자 창밖의 햇살이 눈부시게 반짝였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산을 다녀올 생각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이왕이면 운동을 제대로 하고 싶은 욕심에서 가파르게 계단으로 올라가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조금 올라가다 쉬고 올라가다 쉬기를 반복하다 겨우 산중턱에 이르렀습니다. 낮은 바위에 엉덩이를 대충 걸치면서 가쁜 숨을 고르고 있는데 4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일부러 시선을 피해서 먼 곳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인사를 해왔습니다. 순간 움찔했습니다. 너무 반갑게 인사를 하는 바람에 `내가 아는 사람인가?` 기억을 더듬으며 자세히 봤는데 역시 처음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얼떨결에 엉거주춤 일어나 인사를 했습니다. 그 사람은 오른 손에 긴 우산을 들고 씩씩하게 걸어 올라갔습니다. 고개가 갸우뚱해지며 `이상한 사람인가?` 의구심에 이어서 바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높은 산 등반 할 때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인사를 합니다. 한 걸음 한걸음이 천근만근일 때 마주 오는 사람들이 건네는 따뜻한 인사는 큰 힘이 됩니다. 동네의 작은 뒷동산을 오를 땐 가벼운 옷차림으로 내 앞길만 가곤 합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써서 혹시 아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내가 먼저 인사하기 전에는 알아보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높은 산이나 낮은 산이나 친절하게 인사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좁은 틀에 갇혀있는 이상한 사람이 바로 나`라는 자각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축제 철이 되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축제를 동시 다발적으로 개최하며 러브 콜을 보냅니다.

 

며칠 전 트로트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 트로트계의 정상급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는 바람에 중년(中年) 이상의 어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관객들의 뜨거운 함성과 박수 속에 수십 명의 가수들이 여러 곡 씩 열창을 했습니다. 정상급 여가수 순서였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앵콜 때마다 무서우니까 좀 더 부드럽게 해달라고 요청 했습니다. 다른 지역은 부드럽게 표현하는데 이곳은 너무 터프해서 무섭다고 했습니다. 무서운 앵콜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좋아하는 가수를 접한 반가움과 깊은 팬심이 과도하게 표현돼서 여자 가수에게 무서움을 유발한 것입니다.

 

부디 무서움을 떨치고, 거친 표현 이면에 내재된 시골 어르신들의 순수한 마음을 가슴에 담고 따뜻한 발걸음으로 돌아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베트남에서의 일이 생각납니다. 호이안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노점상들의 호객행위가 심했습니다. 젊은 아주머니가 내 팔을 끌다가 시계를 보고는 예쁘다며 무슨 시계냐고 궁금해 했습니다.

 

스마트 워치라고 말하고는 시계 화면을 켜서 보여줬습니다.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가격을 알려주자 2만원이냐고 되묻기에 금액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말해줬습니다. 아마도 영어로 대화를 주고 받다보니 이해를 잘 못했었나봅니다. 시계 정가를 듣고 그렇게 비싸냐며 너무 화들짝 놀라는 모습에 크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아주머니도 큰 소리로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타국 사람끼리 처음 본 사이인데 같이 활짝 웃으며 오래된 친구처럼 거리가 가까워졌습니다. 조금 더 가다보니 이번엔 젊은 아가씨가 앞을 막고 마사지를 받고 가라고 했습니다. 미소 띤 얼굴로 방금 받았다고 대답하자, 한국말로 언니 예쁘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우리말을 능숙하게 잘 했습니다. 나 역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아가씨가 더 예쁘다고 화답하자 복숭아 빛 얼굴로 고맙다고 인사 했습니다. 호객행위에 짜증을 내거나 무뚝뚝하게 지나치는 관광객들 속에서 부드럽게 대답하자 예쁘게 보인 듯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또는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상냥하게 말을 걸던 베트남사람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 보는데도 한국말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국민들이 무척 고마웠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낯선 환경이었지만 친절하고 호의적인 사람들 덕분에 여행이 즐겁고 피로가 쌓이지 않았던 듯합니다. 이 계절이 가기 전에 들녘의 곡식과 집안의 곳간만이 아니라 좀 더 내면까지 풍성해지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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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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