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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교수   기사입력  2019/08/08 [15:40]
▲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교수    

나는 아직 그리스를 가보지 않았으나 그리스 사람 한 명을 알고 있다. `조르바`-그의 이름이다. 그는 얼마나 호쾌하고 거칠 것 없는지, 그의 언행은 참으로 시원하고 통쾌하여 막힌 것을 뚫어내고 도저히 갈 수 없는 절벽사이에 다리를 놓는 그런 사람이다. 사람들은 자기의 생각과 이념에 대해 화려한 수놓기를 좋아한다. 거짓과 가식 그리고 편견과 오만으로 가득한 자기 생각의 덫에 빠져 다른 사람의 삶을 예단하고 무시하고 깔아 뭉기기를 즐겨한다. 

 

조르바는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고 그 머리는 지식의 세례를 받은 일이 없다. 하지만 그는 만고풍상을 다 겪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마음은 열려 있고 가슴은 원시적인 배짱을 고스란히 품은 채 잔뜩 부풀어 있다. 우리가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자르듯이 풀어낸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두발로 대지에 단단히 뿌리박고 선 이 조르바의 겨냥이 빗나가는 일이 별반 없다. 


조르바, 이 원시인은 삶의 껍질ㅡ논리와 도덕과 정직성?을 간단히 깨고 삶의 본질 속으로 곧장 들어가 버리곤 한다. 조르바야 말로 우리가 오래 동안 찾아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다.

 

20세기의 오디세우스ㅡ일정한 도덕률의 틀 속에서 온전하게 제 몫의 삶 누리기를 마다하고 떠돌이 앞소리꾼이 되어 영혼의 자유를 외치는 거인 조르바는 그런 사람이다.그는 부르짖는다. `대가리는 안 달고 있어도 상관없는데 모자는 제대로 된 걸 써야 한단 말입니다……. 이 미친놈의 세상에서는!` 또 그가 말한다. `물속을 확대경으로 보면 쪼그만 벌레가 우글거려서 보고는 못 먹는답니다.

 

두목, 확대경을 부숴버려요. 그럼 벌레도 사라지고 물도 마실 수 있고 시원해지는 거지.` 어쩌면 저렇게 쾌활하고도 단순하게 세상과 어우러질 수 있는지! 그의 몸과 영혼은 얼마나 조화로운 하나를 이루고 있는지! 또 여자와 빵과 물과 고기와 잠 등 모든 것은 그의 몸과 너무도 행복하게 결합하여 저 조르바를 이루고 있다! 나는 우주와 인간이 그처럼 다정하게 맺어진 예를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조르바가 두목이라고 불렀던 화자인 `나`, 광산에 투자하여 조르바를 고용하였던 그가 말한다. `나는 내 인생을 돌아보았다. 미적지근하고 모순과 주저로 점철된 몽롱한 반생이었다. 나는 인생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레를 찾아 내가 배운 것,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깡그리 지우고 조르바라는 학교에 들어가 저 위대한 , 저 진정한 알파벳을 배울 수 있다면……. 내가 선택하는 길은 사뭇 달라질 것이다. 내 모든 감각을 완벽히 단련함으로써, 또한 온몸도 그렇게 함으로써 몸이 즐기고 몸이 이해하게 하리라. 달리기를 배우고 씨름을 배우고 수영을, 승마를 , 조정을, 운전과 사격을 배우리라.

 

그리하여 마침내 저 영원한 두 적대자가 내안에서 화해하게 만들리라`. 지금 세상이 아닌 좀 더 원시적이고 창조적인 시대였다면 조르바는 한 종족의 추장쯤은 넉넉히 했으리라. 그는 앞장서서 도끼를 들고 새 길을 열었으리라. 행복은 헐값으로 살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행복이란 얼마나 단순하고 소박한 것인지…….포도주 한잔, 군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 소리 단지 그것 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바보 미미코는 밀가루 빵을 제일 좋아하고, 그 다음엔 포도주, 그 다음엔 잠이라고 한다. `먹고 마시고 잠자면 그만이지 그 나머지는 골치만 아파요`라고 말한다. `행복을 내 키에 맞게 재단했는지 어쩐지 잘 모르겠네. 용케 그렇게 했다면, 그렇다면 나는 위대한 사람일 것 일세` 마을 가장자리의 원탁에는 마을 원로들이 둘러앉아 노인들 특유의 앞뒤가 꽉 막힌 흑백 논리를 전개해 가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흑과 백에는 박테리아 한 마리 없는 완벽한 증류수였지만 그것은 영양분 하나 없는 물 그것은 죽은 물이다. 탄광에 경사진 갱도를 파기 위해서는 머리와 포도주가 필요하다는 조르바---이사람이라면 이 어지러운 정국을 너끈히 파헤치리라.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인 카잔차키스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메토이소노`-거룩하게 되기(聖化)-가 이 책의 기본 철학이 되고 있다. 포도가 포도즙이 되는 것은 물리적인 변화고 포도즙이 마침내 포도주가 되는 것은 화학적인 변화다. 그리고 포도주가 `사랑`이 되는 것, 이것이 `메토이소노`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닐지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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