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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인생
 
신영조 논설위원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9/01/21 [19:48]

정부가 지난 한 해 지급한 실업급여액이 6조7000억 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7년 지급액보다 28%가량 늘어난 것으로, 연간 실업급여액이 6조 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란다. 지금 같이 경직된 고용 구조 속에서는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실업급여로 사는 139만 여명은 ‘실업급여 인생(人生)’인 셈이다. 

 

사상 처음으로 수출 6000억 달러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한 가운데 한쪽 편에선 140만명에 달하는 국민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급여로 생계를 꾸렸다고 하니 안타까움과 함께 우리 사회의 양극화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으로 실직할 경우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직전 평균임금의 50%를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고용보험 가입자와 기준액이 동시에 늘면서 지급액 총액이 늘었다”고 설명했지만, 실업급여 수급자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 고용위기로 실업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50, 60대가 58만 7105명으로 전체의 42.2%였다고 한다. 전후 출산 붐이 일 때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로 우리의 근대화를 이끌었던 주역들이 일터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숙련 노동자일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손해라는 것이다.

 

또 길게 보면 노령화 문제와 이어져 미래 세대의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같은 실업급여 지출 확대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확대된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전년도보다 47만2000명 늘었고, 지난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실업급여 기준액도 늘었다. 하지만 실업급여액이 연 27% 넘게 급증한 것은 무엇보다도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회 안전망이 작동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용참사의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지난해 고용참사는 국내 경기 위축, 인구구조 변화, 주력 산업 구조조정 영향뿐만 아니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한 고용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기업이 사람을 많이 뽑을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예측 가능하고 유연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얼어붙은 기업 심리를 살리면서 경직된 노동시장과 근로 형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당장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기업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비(非)핵심적인 분야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수천 명의 직원을 직접 고용한 것도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경기가 나쁘다고 감원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다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의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여당은 올 들어 앞다퉈 기업인들을 만나고 기업 현장을 찾아가는 등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말로만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외칠 게 아니라 기업을 옥죄는 제도와 환경들부터 정비해야 한다. 다른 나라 기업들이 훨훨 나는 동안 발목에 밧줄을 칭칭 감고 2인3각 경기를 해서야 기업 자체의 생존이 불투명해진다. ‘함께 잘살자’고 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같이 망하는 것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해결책은 침체 국면에 빠진 경제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늘리고, 이들이 다시 일을 갖게 하는 것이다. 연초부터 정부가 경제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하지만 경제활력 회복은 정부만의 힘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각 주체의 협조가 절실하다. 정치권도 일자리 문제만큼은 여야로 편을 가를 게 아니라 규제완화 등에 매진해야 한다. 아울러 고용지표 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직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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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영산대학교 총동문회장
前울산과학대학교, 영산대학교 경영학부 외래교수
前울산광역시 중소기업지원센터 감사
前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 일자리 협력망 위원
前울산광역시 나눔푸드마켓 후원회장

·영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유치위원회 고문
·울산광역시 '중소기업 이렇게 도와드립니다'책자3회발간
·행복Vision Dream(경영컨설팅) 대표
·2010년 대한민국 섬김이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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