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조논설위원 시사경제 칼럼니스트

이번 6ㆍ13 지방선거는 보수의 대(大) 몰락을 가져왔다.

참변(慘變)이라는 극한 표현도 등장한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정치구도가 한꺼번에 `블랙홀`에 빠졌고, 보수를 대표하는 한국당은 `패닉`에 함몰됐다. 이미 예상 된 결과라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환호와 탄식에 그쳐선 안 된다.

유권자의 현명함이 만들 결과로 언제든지 상황의 반전(反轉)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진보의 압승은 한국당에 누적된 실망감, 부패척결 바람의 반영과 함께 국정농단이 만든 뜨거운 분노, 그리고 촛불이 만들어 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전폭적 국민지지가 반영된 선거결과란 생각이다.

이젠 익숙한 정치판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제7회 지방선거 결과 종합해 보면 어딜 봐도 파란색이다. 6ㆍ13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교육감 그리고 자리가 빈 지역의 국회의원도 뽑았다.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시도지사 17명을 뽑았는데 더불어민주당 14명, 자유한국당 2명, 무소속이 1명 뽑혔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경북과 대구에서만 승리했고 무소속은 단 한 곳, 제주에서 원희룡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다른 야당은 한 곳도 승리하지 못했다.

다음은 구, 시, 군의 장을 뽑는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로 모두 226명을 뽑았는데 더불어민주당 151명, 자유한국당 53명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고, 자유한국당은 경북, 대구, 경남에서만 선방했고, 민주평화당 5명은 전남과 전북에만 분포하고 있다.

교육감 17곳의 선거결과도 맥(脈)을 같이한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로 모두 12명을 새로 뽑았는데 11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했다. 변화를 선택한 울산도 20년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광역시장 후보가 민선 7기 울산정부의 새 수장이 됐다. 천신만고 `8전9기`의 성공신화다. 2014년 김기현 시장 집권 이후 `20년 보수 지방정부`에서 진보정부로 교체된 것이다. 여야 정당 공천제도가 없는 울산시교육감 선거는 진보교육정책을 표방해온 노옥희 후보가 당선됐다.

울산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후보가 재선에 도전하는 자유한국당 박대동 후보를 제쳤다. 울산지역 5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빨간색이 모두 파란색 일색이 됐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선거에서는 서울 강남과 부산ㆍ경남ㆍ울산은 물론 대구ㆍ경북(TK) 일부 지역까지 전통적으로 보수 후보들만 당선시켜온 `보수의 아성`이 대거 무너지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한 팩트가 만들어졌다.

이들 지역에선 자치단체장을 처음 선거로 뽑기 시작한 1995년 1회 지방선거 이래 민주자유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당 이름만 바꿔가며 내리 보수 후보들이 당선돼왔지만, 이번 선거에서 23년 만에 진보 성향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특히 PK는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마저 민주당이 대부분 접수하는 등 1990년 3당 합당 이후 고착화된 지역주의 구도가 30여년 만에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보의 압승으로 끝난 6ㆍ13 지방선거 후폭풍을 만들어 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지도부는 책임론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 민심이 이번에도 야권 전반에 등을 돌리자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근본적 위기감이 고개를 들며, 보수 정계개편 가능성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기사회생(起死回生) 위기의 정면 돌파를 위해선 어떤 형식으로든 `헤쳐모여`가 불가피할 것이란 생각이다. 애당초 지방선거를 넉 달 앞두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질 때부터 예견된 파국이다.

또, 이번 선거 결과는 무서운 민심이 `회초리`를 든 결과란 생각이다. 이젠 선거판에서 확고부동(確固不動)이란 사자성어는 없다. 상전벽해(桑田碧海) 같이 달라진 민심도 읽어야만 필승한다. 자만에 빠진 대한민국의 보수정치권은 이제 보약(補藥)을 먹는 시간이다.

이제라도 2년 남은 국회의원 선거전에 대비한 충분한 합의의 혁신(革新)과 쇄신(刷新)이 필요하다. 스스로 경계하고 균형을 잡는 프레임이 절실하다.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항상 진화한다는 진리 속에 당선자들도 초심(初心)을 망각 않고, 유권자와 약속한 풍성한 공약을 지켜주길 바란다. 새로운 시대는 아침처럼 자연스럽게 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