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럽연합(EU)의 철강 수입규제 강화 움직임과 멕시코의 비FTA 국가 대상 관세 인상에 대응해 통상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철강·자동차·배터리 업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부가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 재추진과 EU 고위급 협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벨기에 브뤼셀과 멕시코를 잇달아 방문해 EU 철강 수입규제 대응과 한·멕시코 FTA 추진을 위한 정·재계 아웃리치 활동을 벌였다.
EU는 오는 7월부터 철강 30개 품목에 대해 관세 인상과 수입쿼터(TRQ) 도입 등을 포함한 ‘철강 공급과잉 대응법’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한국산 철강 제품이 불합리한 규제를 받지 않도록 EU 측에 신중한 접근을 요청했다.
특히 정부는 EU가 한국 철강의 두 번째 수출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철강 규제가 자동차·가전 등 현지 생산기지의 공급망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EU 측도 철강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에 공감하며 고위급·실무급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현지 진출 기업들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철강·자동차·배터리 업계는 EU의 산업가속화법(IAA),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환경·산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철강 수입규제가 철강업계뿐 아니라 자동차·가전 등 다운스트림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배터리 업계에는 긍정적 신호도 나왔다. EU가 배터리 산업을 ‘에너지 집약산업’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폴란드 진출 국내 기업들의 전기요금 부담 완화와 제조원가 절감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업계는 이를 한국 정부와 EU, 폴란드 정부 간 통상 협의 성과로 평가했다.
정부는 멕시코 대응에도 나섰다. 멕시코가 FTA 미체결국 대상 관세를 인상하면서 현지에 생산거점을 둔 국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멕시코 측에 관세 감면 제도의 안정적 운영과 자동차 무관세 쿼터 확대, 가전 신규 쿼터 도입 등을 요청했다.
특히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를 앞두고 원산지 기준 강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멕시코 FTA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양국은 장관급 전략대화와 실무 작업반 설치에 합의하고 무역·투자 관계 현대화를 논의하기로 했다.
재계 역시 한·멕시코 FTA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멕시코 진출 기업들은 미국의 232조 관세와 멕시코 관세 인상, 노동법 강화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근본적 해법으로 FTA 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한구 본부장은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서 정부는 공급망과 수출시장 다변화 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며 “멕시코와의 FTA 추진과 관세 인센티브 확대 등을 통해 우리 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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