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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유자형 UNIST 교수, 정혜원 건국대학교(건국대학교 병원) 교수, 오준용 UNIST 박사, 채재병 건국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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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황반변성 치료에서, 시력을 떨어뜨리는 원인 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신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 화학과 유자형 교수와 건국대학교병원 안과 정혜원 교수 연구팀은 노화된 망막색소상피세포(RPE)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나노입자를 개발해 실험쥐의 시각 기능을 일부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인 황반이 손상돼 시야 중심이 흐려지거나 왜곡되는 질환으로, 백내장, 녹내장과 함께 3대 실명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건성 황반변성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증상 관리에 의존해 왔다.
연구진에 따르면, 노화된 RPE 세포는 단순 기능 저하를 넘어 염증성 독성 물질을 분비해 주변 정상 세포까지 손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세놀리틱스(Senolytics)’ 계열 약물이 주목받고 있으나,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부작용 위험이 존재했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입자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 것이 핵심이다. 연구팀은 노화된 RPE 세포 표면에 특정 단백질 ‘Bst2’가 많이 발현된다는 점을 처음 규명하고, 해당 단백질에만 결합하는 항체를 나노입자 표면에 부착했다. 이를 통해 약물이 노화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전달되도록 설계했다.
또한 약물은 노화 세포 내부의 높은 글루타치온 농도 환경에서만 활성화되도록 해, 정상 세포에 전달되더라도 분해되지 않도록 안전성을 확보했다. 나노입자 내부에는 노화세포 사멸 유도 물질인 ABT-263이 탑재됐다.
실험 결과, 해당 나노입자를 쥐의 안구에 주사하자 정상 세포 손상 없이 노화 세포만 제거됐으며, 망막의 빛 반응을 나타내는 전기적 신호가 유의미하게 증가해 시각 기능 회복이 확인됐다.
정혜원 교수는 “기존 치료가 증상 완화에 그쳤다면 이번 연구는 질환의 근본 원인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며 “표준 치료법이 부족한 건성 황반변성의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자형 교수는 “노화세포 표면 특이 단백질을 발굴해 선택적 약물 전달이 가능해졌다”며 “항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다양한 노인성 질환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3월 18일 게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노화세포 제거 기반 치료의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로, 향후 고령화 사회에서 증가하는 다양한 퇴행성 질환 치료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