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결정 사례가 이슈가 되고 있어 무기수의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 몇 자 적어 본다.
2000년 3월 7일 수면제(독실아민 30알)를 탄 술을 마시게 해 아버지를 살해한 뒤 렌터카에 태워 돌아다니다 버스 정류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김신혜씨는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무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기징역형이 확정되어 억울한 옥살이에 꽃다운 청춘을 바쳤다. 김씨는 24년 10개월 만에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지난 1월 6일 전남 장흥교도소에서 석방되었다.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영장 발부없이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폭행과 가혹행위로 자백을 종용한 정황이 제기됐고, 김씨의 머리와 뺨을 때리면서 서류에 지장을 찍을 것을 강요하고 날인을 거부하자 억지로 지장을 찍도록 강요하는 등 경찰 수사의 위법성과 강압성이 인정되면서 법원은 2015년 11월 재심 개시 결정을 했으며, 이는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결정 사례였다고 한다.
당시 김씨의 나이는 꽃다운 23세, 억울한 옥살이 25년, 무죄로 석방된 지금 48세,
김씨가 사회 구성원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온 세월보다 더 긴 세월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며, 존속살해 패륜아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25년간을 사회와 고립되어 꽃다운 청춘을 보낸 것이다.
이처럼 억울한 누명을 쓰고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이 또 있다. 그는 바로 정원섭 목사이다. 1972년 강원도 춘천에서 역전파출소장의 열살 딸이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된 사건은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자 내무부는 1972년 10월 10일까지 범인을 검거하라는 기한을 정했으며, 그때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면 관계자를 문책하겠다는 시한부 검거령을 내렸고, 강원도 춘천에서 만화방을 운영하던 정 목사는 역전파출소장의 열살 딸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검거되어 경찰의 모진 고문 끝에 그는 거짓 자백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후 무기징역 형을 선고받고 15년을 복역한 후 모범수로 1987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출소 후 그는 2007년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 경찰이 검거 당시 고문과 허위자백 강요는 물론, 주변 참고인들의 진술 및 물증까지 대거 조작하였음이 밝혀져, 결국 2011년 10월 재심에서 37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이 사건은 ‘파출소장 딸 강간살인’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고, 이후 영화 ‘7번방의 선물’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억울한 누명을 쓰고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이 또 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다. 윤씨는 1988년 9월 A(14)양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8차 사건’에서 범인으로 검거돼 1심에서 강간치사·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2009년 8월 모범수로 출소했으며, 복역 당시부터 “고문으로 허위 자백했다”고 밝혀졌ᅟᅡᆫ>으며, 이춘재가 8차 사건 역시 자신이 진범이라고 자백함으로써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31년 만에 누명에서 벗어났다.
첫 번째 무기수 김신혜씨는 최근 재심을 통해 24년 10개월 옥살이 만에 혐의를 벗고 석방되었지만, 검찰이 항소함에 따라 또 다시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되었고, 두 번째 무기수 정원섭 목사는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37년 만에 무죄가 선고되어형사보상금 9억6천만원은 지급받았지만, 과거사 사건의 소멸시효가 형사보상금을 받은 날로 부터 6개월인데 6개월하고 열흘이 지난후에 신청하여 국가배상은 소멸시효가 열흘이 경과하여 국가배상은 대법원에서 취소 판결되었다.
그리고 세번째 무기수 윤성여씨는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31년 만에 무죄가 선고되어 형사보상금 25억원과 국가배상금 18억7천만원 등 40억원에 이르는 위자료를 받았다고 한다. 무기수 가운데 가장 오래 복역한 김신혜씨는 검찰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면 가장 많은 형사보상금과 국가배상금을 받게 되겠지만, 돈으로 그녀의 억울한 25년의 옥살이 인생을 바꾸기엔 너무나 가혹한 것 같다.
정원섭 목사처럼 국가 측의 범죄로 인하여 피해를 입고도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 사례가 40건 정도 더 있다는 것은 그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이 과거엔 더 많았을 것 같다. 지금은 곳곳에 CCTV, 차량용 블랙박스, 과학수사 등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여전히 억울한 누명속에 옥살이를 하고 있는 힘없는 약자가 있을 것이다. 그들을 대변하는 재심전문 변호사인 정의로운 박준영 변호사가 있어 그래도 세상은 따뜻하고 든든하다. 법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고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없는 밝고 깨끗한 대한민국을 위해 검·경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