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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언어(言語)의 온도
 
이영철 울산교육청 교육기자단   기사입력  2024/11/10 [17:05]

▲ 이영철 울산교육청 교육기자단

 얼마 전 건설회사에 다닐 때 하도급 업체 사장님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라는 책이었다. 그 뒤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그분에게서 책 선물을 받았는데 똑같은 책이었다. 

 

 대체 얼마나 그 책이 좋았기에 그러신가 싶어 한 번 읽어 보지도 않았던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따뜻하고 온기가 나는 글들이 가득했다. 가족들이나 일상에서 접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우리가 흔히 쓰던 단어나 문구들을 다시 새겨보게 됐다.

 

 그 책의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의 글이 있다. 저자의 모친 병문안을 갔을 때인데, 나이 지긋한 의사가 회진을 돌며 환자들을 환자분이 아니라 박 원사님, 김 여사님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부르시길래 그 이유를 물었단다. 

 

 의사의 대답은 이랬다. 환자에서 환(患)이 `아플 환`이라 자꾸 환자라고 부르면 더 아프다며 은퇴 전직함을 불러드리면 병마와 싸우려는 의지가 더 강해 지시는 것 같다며, 병원에서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의술`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우리의 속담 중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도 하고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혓바닥 때문에 죽는다고도 한다. 하다못해 식물을 키우면서도 애정이 담긴 말을 해주는 경우와 듣기 거북한 말을 해주는 경우 성장 속도가 다르다는 실험 결과도 종종 보이는 마당에, 사람들이 대화 속에서 어떤 말을 하는지에 대한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특히 사회생활에서 말조심하라는 이야기는 누누이 듣는 말이다. 생각한 것을 청산유수로 풀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로 표현하는 것이 서툰 사람도 있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듯이 목소리나 표정, 몸짓 등에서 주는 호감이나 신뢰도도 다르다. 

 

 말은 노력할수록 그 스킬이 늘어난다고도 한다. 정치인이 되기 위해, 대입이나 입사 면접을 위해 웅변학원에 다닌다는 말들을 들으면 말도 배워야 하는 분야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단순히 말을 잘하는 스킬이 아니라 말의 온기를 상대방에게 전하는 일이 더 중요 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표현이 서툴거나 무뚝뚝한 표현으로 진심을 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말의 따뜻함을 나누는 것에 인색해지기도 한다.

 

 나 역시 나에게 실망할 정도로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을 내뱉은 적이 있다. 또 반대로 내가 상대방이 큰 의도 없이 한 이야기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적도 있다. 전자의 경우는 나도 모르게라고 변명했지만,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몰랐던 것인지 상처를 주려고 일부러 그 말을 한 것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언젠가 박준 시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읽다가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라는 구절을 발견했다. 

 

 순간 멈칫하며 울컥한 감정이 돌았다. 그 이후에도 자주 놀러 가는 이기주 작가의 블로그에서 누군가의 한 마디가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준다는 말을 발견했을 때에도 나는 또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됐다. 

 

 아직 나의 언어의 온도는 열탕에는 근처에도 못 가고 냉탕과 온탕 정도까지만 왔다 갔다 한다. 말로 화상을 입힐 정도는 못돼도 따뜻한 온기 정도라도 전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오늘도 고민이다. 나 말고도 이런 고민에 빠지신 분들을 위해 김윤아 작가의 `말 그릇`에 나오는 구절을 공유하고자 한다. 

 

 "말은 나를 드러낸다. 필요한 말을 제때하고, 후회할 말을 덜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말 때문에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로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키워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말은 내가 없는 순간에도 사람들의 마음속을 떠다닌다. 그러니 진정한 말의 주인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나의 일상이 말 한마디 때문에 외로워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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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1/10 [17:0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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