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논쟁거리(이슈)가 발생하면 즉시 영상으로 만들어 조회 수로 돈벌이하는 이들을 `사이버 레커`라고 부른다. 교통사고 현장에 재빨리 경쟁하며 달려가는 견인차(레커차)를 빗대어 만든 신조어다. 사이버 레커들은 대부분 유튜브에서 활동하고 각종 사건, 사고에 몰려들어 악착같이 물고 늘어진다.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거짓 뉴스를 퍼뜨리고 개인의 사생활을 폭로한다. 이렇게 잘못된 의혹을 대중들은 신뢰하고 결국에는 타인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등 사회에 심각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 마약 사건과 연루된 유명 배우가 있었다. 물적 증거는 없었지만, 언론과 유튜버들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퍼 나르고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생활을 들추기 시작했다. 결국, 그 배우는 경찰 조사를 받는 중 숨진 채 발견됐다. 얼마 전에는 사이버 레커들이 유튜버 쯔양을 상대로 사생활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후 뒷돈을 요구한 사건이 일어났다. 자극적인 뉴스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대놓고 협박하여 갈취하는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뜩이나 여야로 편향된 정치적 사고를 지닌 국민에게 거짓 뉴스로 선동하여 누가 대통령이 되든 탄핵이란 단어를 입 밖으로 나오게 유도한다.
결국, 진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세상이 되었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에서는 이슬람 이민자가 소녀 3명을 살해했다는 거짓 뉴스가 퍼지면서 폭력 시위가 전국으로 번졌다. 영국 정부는 이슬람 이민자가 범인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시위대는 사실보다 거짓 정보를 믿고 경찰을 공격한 것이다. 누리소통망(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거짓 뉴스에 더욱 취약하다. 광우병 괴담으로 시작하여 천안함, 사드, 코로나, 오염수까지 유튜버는 물론이고 정치인까지 거짓을 선동해 왔고 결국 우리 국민은 눈과 귀가 닫힌 채,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설령 뉴스가 거짓임이 밝혀져도 거짓을 선동한 정치인과 유튜버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같다면 끝까지 그들을 지지한다.
이러한 사이버 레커들의 거짓 뉴스에 대해서는 언론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 사이버 레커들의 자극적인 논쟁거리를 언론이 그대로 제목으로 사용하고 보도하여 여론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치인도 사이버 레커와 결탁하는 판국에 언론도 예외일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거짓 뉴스들에 대한 국민의 올바른 윤리적 인식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재미와 자극만을 추구하는 제작물(콘텐츠) 소비를 멈추고 윤리적 태도로 냉정한 시각으로 사실 확인을 하는 것이 사이버 레커 문제를 근절을 위한 기초가 될 것이다. 또한, 문제가 되는 제작물을 신속하게 삭제하지 않는 이음마당(플랫폼) 사업자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동안 사이버 레커들은 유튜브가 해외 기업이고, 감시(모니터링)도 미국에서 이뤄져 수사 진행과 법적 처벌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악용해왔다. 그리고 처벌은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죄가 적용되는데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며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수익은 벌금을 훨씬 웃돈다. 그래서 사회적 혼란과 불신을 조장하는 사이버 레커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범죄로 인한 수익을 모두 몰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면서 일부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물론 이들이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정보를 실어 나를 수 있고 법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활개를 치고 있는 각종 범죄자의 신상을 파헤쳐서 국가가 하지 못한 응징을 사이버 레커들이 대신한다. 국민은 이러한 정의 구현 제작물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국민의 여론이 거세지면 검찰은 해당 사건을 재수사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좋은 의도라고 하더라도 조회 수에 급급한 나머지, 사실 검증이 안 된 자극적이고 거짓 정보를 내보내는 것은 명백한 범죄이며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뿐이다.
유튜브의 영향력은 이미 기존 언론의 영향력을 넘어섰다. 그만큼 한 사람의 개인 방송이 전 국민을 떠들썩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유튜브로 인해 생기는 피해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