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내 나이를 잊어버린 엄마가
나이를 자꾸 묻습니다
내 나이의 엄마가 초를 꽂고
내가 촛불을 끄자
케이크를 잘라 접시 위에 나눠줍니다
내년에는 생크림 케이크 대신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자르
고 싶다고 하자
내년은 오지 않는 아빠와 같다고 말합니다
너는 머리부터가 아니라 발부터 먼저 나왔어
그래서인지 남들보다 일찍 서고 일찍 걸었어
아직 어둠에 낯선 나이라 쉽게 잠들 수 없어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빛이 필요합니다
촛불이 하나씩 꺼지고 다시 하나씩 살아납니다
생일은 오늘 오는 것 같지만
내일 오는 것처럼 설레기 때문에
커다란 택배 상자에 담아 선물로 보냅니다
냄비 속에 미역국이 끓어오릅니다
상현달이 보름달로 차오르는 할머니의 손맛입니다
*아이드미라두키: 아랍어로 생일이라는 뜻
<시작노트>
생일은 축복받아야 할 마땅한 날이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성숙해지고 여유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는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살아 있는 한 매년 생일이 오고 매년 늙어가는 것이라 슬픈 면이 있다. 촛불이 하나씩 꺼지고 다시 하나씩 살아나는 것은 나이라는 것은 꺼질 수 없는 촛불인 것이다. 생일이라면 선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올해 생일 선물은 젊음이었으면 좋겠다.
고경자
2011년 〈시와 사람〉 등단
시집 『하이에나의 식사법』 외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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