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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치이고 인간관계가 힘에 부칠때, 때로는 투명한 단순함이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라는 말로 이 책을 소개한 정혜영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제 10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학 작품이라고 하네요. 사실 저도 어른이지만 언제 어른이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느순간 그냥 어른이 되어 있었습니다. 나에게도 분명 어린 시절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린이처럼 세상을 단순하게 볼 수가 없는 어른이 되었지요. 물론 어른이 되어서 더 많은 경험을 갖게 되었고 사회적인 관계를 통해 더 다양한 생각과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런 여러가지 지혜로도 상대할 수 없는 무례함과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성적이고 싶지만 생각보다 그런 작은 소망이 쉽지 않을때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런 복잡한 순간에 작고 말캉한 손을 잡자 내 마음이 단단해졌다고 합니다. 우리는 때로 단순하게 생각하고 인도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가 들어가며 쓴 글이 마음에 담깁니다. "나는 자주, 아이들의 글에서 호기로움을 선물받는다" 이 글은 단순해 보여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아이들과 대화하다보면 아이들의 결단과 판단이 경솔하고 성급하게 느껴질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이 혼란스러울때는 아이들의 단순한 생각이 답이 될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어쩌면 내 안에 이미 답으로 가지고 있는 단순하고 명료한 판단일때가 많습니다. 나도 알고 있지만 사실상 외면한 것일 수 있지요.
저자의 말처럼 세상에 어린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없습니다. 어른인 우리가 아이의 마음을 만난다는 것은 각자의 어린시절과 조우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조금은 솔직해지지 못한 나의 오늘과 만나서 나를 보듬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이 글에 쓰여진 글들은 9살 아이들의 기록입니다. 9살은 좀 애매한 나이라고 하네요. 주사를 맞을때도 그보다 어릴때처럼 엉엉울기도 애매한, 이미 챙피함을 알아버린 나이라고 할까요? 아마도 사회적인 관계를 의식하고 애기에서 어린이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 아이들은 타고난 성향과 체질대로 삶의 방식을 정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장기자랑이 어떤 아이에게는 피하고 싶은 두려움이기도 하지만 어떤 아이에게는 은근한 기대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흑기사 제도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이 흑기사는 장기자랑을 두려워하는 아이들과 장기자랑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겠죠? 세상의 모든 복잡한 일들도 이렇게 단순한 해결방법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쓴 글에는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헤밍웨이의 글도 이렇게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위대한 작가의 글들은 글을 설명할 수 있는 부가 설명이 없이 글 자체로 독자가 글을 느끼게 만듭니다. 아이들의 글처럼 말이죠.
이 책의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단순해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단순해지는 것은 유치해지거나 성급하고 충동적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깊은 묵상끝에 명료해지는 것이고 내 안에 불순물, 복잡한 걱정과 염려가 사라지는 과정입니다.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어떤 일을 설명할때, 내 글을 읽고 부연설명이 필요해진다면 내 글은 잘못 쓰여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사람들이 그 글을 읽고 아무 명료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각자가 느끼는 생각까지 내가 통제하거나 글이 가르쳐줄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어깨에 힘이 들어 자신의 지식을 뽐내려다 오히려 복잡하고 난해한 글을 쓰곤 합니다. 나는 그런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좀더 단순해져야 합니다. 복음은 단순한 것입니다. 그 단순하고 확실한 복음을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다음 세대가 이 복음을 또 다른 사람과 후대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말씀을 붙잡고 단순해지기 위해 더 깊은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이 복음이 다음 세대에 올바르게 전달될 것입니다.
[출처] 2024년 7월 31일 오늘의 책 : [어린이의 문장] 정혜영 (문헌정보팀 WE) | 작성자 문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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